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키만큼은 내려놓지 못하는 부분인 지라, 소개받은 L.A. 총각의 홈페이지를 숨죽이고 들여다보았다. 사진을 보는데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단체사진인데 맨 앞줄에 앉아 계시네…’
다시 들여다보니, 전부 앉아 있는 사진뿐이다. 조금 더 넘겨 보니 서서 찍은 단체 사진이 나왔다. 쭉 일직선으로 형제들이 서 있는데 유독 L.A. 총각이 선 곳은 푹 패인 듯이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심장도 ‘쿵’하고 떨어졌다. 나처럼 ‘단신’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시는 분이셨구나! 그래서, 소개해준 동생한테 아무래도 이 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연령은 나보다 훨씬 높은 동생이 조목조목 이유를 대며 나를 설득했다.
“언니, 하나님께서는 외모보다는 심중을 보시는 분이세요. 그 형제님이 언니보다 크시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언니가 아담 사이즈인데 키가 너무 큰 형제도 언니랑 안 어울려요.”
명색이 성경공부 리더인데 말씀 공부가 실생활에서는 전혀 적용이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숨겨진 보화를 찾아내 듯, 배우자 기도 제목과 하나씩 맞춰보기 시작했다. 우선 1번인 새벽에 기도하는 사람은 맞다. L.A. 총각의 40일 새벽기도 무결석을 인상 깊게 눈여겨본 동생이 가장 힘주어 말한 것도 새벽 기도였다. 결혼 후 물었다.
“40일 작정 새벽 기도제목이 뭐였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말하기를,
“사실, 나 배우자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내년 8월이면 청년부 출석한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때까지 못 만나면 조용히 청년부 명예회원으로 남으려고 했어… 여보가 예수님 다음으로 나를 구원한 사람이야!”
그리고, 기도제목 2번째 찬양을 함께 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봐도 이 형제는 찬양하는 것을 좋아할 것 같지 않다.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이 형제는 찬양을 하기보다는 듣는 쪽에 가까울 것 같은데 이를 어쩐다.
L.A. 에서 결혼 후 나는 ‘고음본능’이라는 찬란한 애칭이 어울리는 열혈 찬양 대원이었다. 운전면허가 없어서 L.A. 총각이 찬양연습 때마다 나를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했는데, 하루는 귀찮은 지 찬양대 연습실 구석에 반쯤 다리를 걸쳐놓고 계속 앉아 있다가 얼떨결에 찬양대원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 찬양대를 섬기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L.A. 총각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제가 아내 데려다주고 다시 오기 귀찮아서 연습실에 앉아 있었는데, 찬양 지도하시는 목사님께서 가란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 이후로 나와 함께 계속 찬양 대원이 되었고, 심지어는 지금 섬기고 있는 와싱톤 한인교회 1부 찬양 대장을 맡기까지 이르렀다! 하루는 1부 찬양 대장을 섬기시는 권사님께서 남편에게 전화를 거셨다. 1부 찬양 대장으로 섬겨 주실 수 있느냐는 부탁이셨다. 남편은 정중하게 거절하면서 실은 본인이 음을 잡을 줄 모른다고 실토를 했다. 그러자, 부탁하신 권사님 왈, 1부 찬양 대장은 음 잡는 것과 상관없이 허리가 튼튼해서 주일 새벽 6시에 나와서 찬양대 연습실 의자를 놓을 수 있으면 된다고 하셨다. 지금 3년째 찬양대장으로 섬기고 있는데 하루는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내가 왜 찬양대에 있는지 모르겠어!”
내가 답했다.
“하나님의 크신 뜻을 이루시려고 여보를 들어 쓰고 계신 거야”
씨실과 날실이 순서대로 엮어가 듯, 나의 배우자 기도 제목과 크신 분의 뜻이 아름답게 엮여가고 있다.
추신: 숏다리의 슬픔과 한을 풀어준 롱다리 버전의 웨딩 사진을 함께 올립니다. 저희가 친히 부탁한 이 사진 촬영을 위해 사진기사님은 땅에 드러누우셔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