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주로 이주하고 나서 친구들이 반갑게 소식을 전해왔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친구가 물었다.
“거기, 감자 정말 맛있어?”
“야, 감자는 아이다호(Idaho State) 주거든? 여긴 아이오와라고! "
한 번은 친구가 이메일로 내가 있는 곳을 살펴보니 너무 먼 곳에 있다고 하면서 “오하이오” 날씨는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드 넓은 옥수수 밭을 자랑하는 “Iowa”라고요!
시간은 바야흐로 흘러 열한 번째 운전면허 시험을 볼 날이 찾아왔다.
아시는 분은 내 운전면허 실패한 이야기로 곤경에 처해 있는 분을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위로하셨다고 한다.
“자매님, 힘내세요. 지금 캘리포니아 주에서 6번 떨어지고, 아이오와에서도 4번째 운전면허 시험 떨어진 자매님이 계신데, 얼마나 해맑으신 지 몰라요. 내일 열한 번째 운전면허 시험 보러 가신다고 합니다.”
그렇다, 오늘은 바로 열한 번째 시험날이다.
이젠 자동적으로 운전 시험을 본다.
물론 떨어졌다!
사 차선 도로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초록색 불로 바뀌면 직진하는 차량을 먼저 보내고 나서 내가 좌회전을 해야 한다. 육안으로 보기에 직진 차량이 없길래, 좌회전을 시도했건만, 어느 틈에 숨어있던 직진 차량이 나와서 내가 움찔 당황했다. 이 부분에서 감점이 되었고, 또 지난번엔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떨어졌건만, 이번엔 내가 너무 좌우로 고개를 심하게 돌리는 모습이 너무 불안해 보인다고, 직진할 때는 앞만 보라고 하신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춤 란 말인가~!
열두 번째 시험날, 여느 때와 같이 습관적으로 DMV를 찾았다. 거듭되는 실패로 낙망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작은 이벤트까지 준비했다. 토요일 오전 멋들어지게 운전면허 시험을 합격하고 팬 케이크 잘하는 집에서 근사한 아침을 사주려고 식당 예약을 나 몰래 해 놨었다.
그러나, 열두 번째 시험도 또 떨어 지고야 말았다!
매번 떨어질 때마다 이유가 다르니, 이제는 왜 떨어졌는지 이유도 궁금해졌다. 아무런 표지 판이 없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할 때 내가 시험관을 지시를 잘 못 알아듣고 머뭇거렸다가 좌회전하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리고, 차도가 시작되는 구간은 정지 표지판이 없다 하더라도,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습관적으로 또 떨어지고 난 뒤 남편은 내게 천진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여보, 열 두 개들이 한 다스 다 채우셨네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합격하면 가기로 했던 팬 케이크 집을 지금 당장 가자고 제안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
라는 히브리서 11장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미 합격한 줄로 알고, 미리 합격을 축하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런 믿음의 아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다음번에 필히 합격하고 말리라 결심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팬 케이크는 맛있었다!
이젠 운전면허 시험 보러 갈 때마다 한 가지씩 배워오니, 오늘은 또 뭘 배울까 기대가 되기까지 한다.
열세 번째 시험, 드디어 합격했다!
일곱 번째, 아홉 번째, 후덕한 외모와 달리, 계속 나를 떨어뜨렸던 시험관이 또 걸렸다.
“Now, You passed. (이제야, 드디어 합격하셨습니다.)”
“What? What did you say? (뭐라고요?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묻고 또 물어도 틀림없는 합격이란다. 합격하고 나니, 이젠 남편이 보이질 않았다. 이미 떨어진 줄 알고,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보고 있으리라! 어째 오늘 나올 때 두꺼운 책을 들고 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성경 속 기드온이 여리고 성을 정복할 때 일곱 바퀴 돌며 기도한 것처럼, 성경책을 들고 DMV를 일곱 바퀴 돌며 기도하고 있었단다!
“하나님, 우리 여보 제발 혼자 다니게 해 주세요!”
본인이 지원한 직장이 안 돼도 좋으니, 제발 아내만은 이번에 운전면허 시험에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단다. 본인의 직장과 내 운전면허 시험을 맞바꿔 기도했다니,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12번의 실패를 거처, 13번 만에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던 날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이제는 여보 맘대로 운전하고 다니세요. 12번 떨어지고, 명품 운전 되었으니, 세계 어디인들 못 가겠어요?”
운전면허 시험에 입문한 지 겨우 3년 만에, 한 다스 다 채우고 13번째 가볍게 운전면허 시험을 보란 듯이 합격한 나는, 걸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여자 홍길동이라는 별명을 얻어가면서까지 튼튼한 두 ‘족 발’로 걷기만 하다가, 비로소, 바퀴 네 개가 달린 자동차를 몰고 유유자적 아이오와 들판을 가로지르며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추신: 2009년 8월 20일 아이오와의 상징 금탑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