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왼 발을 맡을 게요!

by 서재진

CFA 마지막 관문인 3차 시험을 운전해서 데려다주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시험장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숙소를 잡았다. 우리 열공쟁이 남편은 전날에도 변함없이 공부하고, 나는 공부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에 남기고자 사진촬영을 했다. 밤새 드르렁하고 호텔 방이 떠나가라 코 고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모양이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바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 내가 챙겨간 도시락을 먹는데 남편 표정이 좋지 않다.


“너무 어려웠어.”


“괜찮아.”


윤리에 관한 단답형 문제가 어려웠다며 난색을 표하는 남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파이팅을 외쳤다.


결과는 그에 합당하게 떨어졌다!


속상해하고 민망해하는 남편에게


“여보, 난 대학교 삼수 하면서, 복수지원까지 합해서 다섯 번, 종로학원 두 번, 대학원은 수도 없이 많이 떨어져서 여보가 2년마다 떨어지는 건 애교로 보인다. 한 번에 붙으면 당황스러워!”


아이오와 타주 이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 일은 장남을 의지하시고 사시는 어머님이셨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어머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러 갔다.


“어머님, 사정이 이렇게 돼서 저희가 아이오와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아요. 이삿짐은 정리되는 데로 먼저 부치고, 저희는 어머님만 괜찮으시다면 차로 천천히 구경도 하면서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주세요.”


장거리 여행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어머님께서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약 2500 마일 거리를 운전해서 서부를 가로질러 중부 아이오와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세 번째 운전면허 필기를 낙방하여, 운전 면허증이 있는 사람이 있는 가운데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허가증도 못 받은 터라 2500마일을 고스란히 남편에게 부탁해야만 했다. 어머님도 장롱 면허!


아이오와로 가는 내내 하루에 거의 700~800마일을 남편이 혼자 운전해야만 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님과 나는 남편 눈치를 살피면서,


“어머님 승훈 씨 오른발 좀 주물러 주세요, 전 왼 발을 맡을 게요!”


라고 설레발을 치곤 했다.


추신: 약 2500마일을 남편 혼자 운전한 경로가 표시된 지도를 함께 올립니다. 지루할 수 있는 저희들의 일상을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마흔 즈음에 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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