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보가 떨어질 줄 알았어!

by 서재진

해마다 6월이면 찾아오는 남편의 CFA 시험 이제는 마지막 관문 3차만 남았다. 이번에는 내가 꼭 운전을 해서 시험장까지 데려다주고 말리라 다짐하면서 자체 안식년을 가졌던 운전면허 시험을 또다시 준비했다. 6번 떨어졌으니 필기를 다시 봐야 한다.


필기만 벌써 3번째구나! 이렇게 민망할 수가!


첫 번째 필기시험은 만점, 아싸! 두 번째도 합격! 노화가 진행 돼서 기억력이 쇠퇴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타고난 베짱이인 내가 강심장 하나만 믿고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시험 보러 갔다. 만점 받았을 때 잘만 보였던 답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필시, 운전면허 실기에서 떨어진 이유는 지식 부족이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시험지를 들고 채점관에게로 갔다. 틀린 답을 찍찍 그을 때마다 온몸에 전선 감은 듯 찌릿찌릿했다.


이번엔 필기도 떨어졌다!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에게 갔다. 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 남편은 기가 막힐 정도로 눈치 없는데 그날따라 불길한 징조를 직감한 것 같다.


“난, 여보가 떨어질 줄 알았어. 다른 사람들은 시험 보자마자 다 풀고 나오는데, 여보만 얼굴이 씨 뻘게져서 시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


이럴 수가! 이젠 운전자 옆에서 운전할 수 있는 운전허가증도 못 받다니!


절묘한 타이밍에 떨어지는 반전은 무료한 인생에 고소한 맛을 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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