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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최 Apr 18. 2020

원격수업 풍경 @ 과학고

Covid-19로 인한 온라인 개학 이후 현재를 살아내는 교사들

#원격수업 풍경 1


  고3 수업을 오픈하는 첫날,  나는 모든교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수업 오픈해 주세요" EBS 온라인클래스(온클)를 사용하는 우리학교는 출석체크를 위해 아침 8시40분에서 9시 사이에 EBS 온클에 들어가 수업 오픈을 눌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클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웠고 여기저기서 오픈이 안된다 업로드도 안된다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밤새 업로드 하시다 지쳐서 아침에도 안되는데 어떻게 하냐는 것. 그래서 유투브에 올려 링크거는거 알려드리고.  그리고 나서 걸려오는 학부모님 전화들~ EBS 온클에 접속이 안된다부터 무슨 과목을 들으라는거냐 까지.... 접속 문제는 학교가 해결해 줄 수 없고 무슨 과목을 듣는지는 이미 가정통신문으로 공지했는데....  그래도 친절하게 답해야 한다. 답답하신 분들은 집에서 자는 애 깨워 수업듣게 하시는 분들이니... 결국 일주일 후 전날 수업 오픈으로 규정을 바꿨다.




#원격수업 풍경 2


  구글클래스룸에 G-Suite for Education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재작년에 들었고 학교에서 구글클래스룸 G-Suite을 해보려고 했더니 학교 홈페이지가 교육청 서버라 복잡하다고 했다. 교육청과 복잡한 서류작업을 거쳐야 하고 구글클래스룸을 학교에 설치해도 업무가 학교홈페이지 담당자에게 올수 있다는 말에 내 수업 욕심에 일 만들면 안되지 싶어 접었었다. 원격수업을 대비해야 한다는 2월 쯤 다시 G-Suite 시도, 게다가 학교 홈페이지도 우리부서 담당이니 욕먹을 일 없겠지 싶어 다른 학교에 알음알음 문의해 교육청 정보지원과에 전화, 하루만에 서류를 통과시키고 좋아라 했는데... 이런 신청이 안된다. 원인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 주소가 스팸을 보내는 사기치는 주소로 보인다는 구글 AI님의 말씀~ 해결을 위해 구글링을 며칠간 하고 결국 파고파고 파다가 찾아낸 구글 서포터에게 이멜로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연구부장이 영어교사가 아니었음 어쩔~ 구글 지원시스템은 절대 직관적이지 않았다. 결국 찾아낸 서포터와 이멜로 문제점을 주고 받았는데 거기서도 답답했는지 국제전화까지 걸어옴.... 근데 끊김.... ㅠㅠ 결국 발견한 문제점은 우리학교 홈페이지 주소를 바꾸기 전까지는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한달간 삽질하면서 네이버 카페에 정착했던 플랫폼을 출결확인문제로 EBS 온라인클래스로 옮겼다. EBS 온클만 학생의 학습진도시간이 보인다니까... 


  그렇게 옮기고 고3 오픈하기 직전 교육청에서 G-Suite을 구축했으니 들어오고 싶은 학교는 등록하는 공문이 왔다. 진작좀 해주지.... my precious time and effort ㅠㅠ 그래도 이게 왠 떡이냐 얼른 가입해 이틀동안 정보담당 샘과 야근해가며 전교생, 전교사 계정 생성하고 배포했다.


  EBS 온클을 쓰면서 구글 클래스룸 G-Suite을 왜 가입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롤 게임서버에 들어오는 애들 수보다 EBS 온클에 접속자 수가 더 많을텐데 서버 감당 안될거라고... 한 유투버 샘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어제 우리학교는 결국 EBS 온클에 동영상 직접 업로드하는 대신 유투브 업로드 후 링크걸기, 구글 클래스룸 업로드 후 링크 걸기로 선회했다. 출석체크 때문에 EBS 온클은 포기할 수 없으니까. EBS 온클은 3초를 보기위해 5분을 기다린다는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원성 속에 우회경로를 선생님들게 안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원격수업 풍경 3


   샘들에게 원격수업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EBS 이다. 예쁘게 차려입고 칠판앞에 서서 아나운서 같은 말투로 수업하는 것... 그러나 학교에는 그런 촬영장비도 없고 그 어마무시하게 큰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서버도 없다. 게다가 난 아나운서처럼 이쁘지도 않다. 이런 고민하시는 샘들께 ppt 녹화방법, zoom 쌍방향 화상수업 앱 사용방법을 연수해 드렸다. 그리고 zoom, 구글클래스룸, PBL 이런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하루에도 몇백개씩 쏟아지는 정보들 중 좋은 것들은 저장해 두었다가 샘들에게 보내드렸다. 저작권 교육도 필수, 우리학교 저작권 경고 문구로 만들어서 뿌렸다. 전교사 소통 앱을 설문조사를 통해 카카오톡으로 합의하고 전교사 톡에서 여러 자료들을 공유해 드렸다. 

  그렇게 일주일, 2주일이 지나자 온갖 앱들을 직접 찾아 같은 실에서 공유하시면서 수업녹화를 하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아이캔노트, 모비즌 부터 오캠, 반디캠을 사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멸치앱으로 수업인트로 동영상도 만드셨다. 며칠낮밤을 뼈를 갈아 만드셨다는 수학 수업 동영상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효과를 넣으셨는데 여러 학생들의 '고퀄(high quality)' 영상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밤새 동영상을 찍은 교사들로부터 '우린 저퀄교사야 뭐야 ㅎㅎㅎ' 하는 부러움의 원성(?)도 받았다.


   처음에 구글클래스룸은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을 위해 '과제방'이라는 명칭으로 '과제만 받으세요'라고 소개했다. 물론 그럼에도 EBS 온라인클래스 과제방을 쓰시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이멜로 받으시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우니까 ~ 2주일 정도 지나니 많은 분들이 과제를 구글클래스룸으로 받으시고 퀴즈도 내시고 EBS  온클에 동영상 안올라가면 구글클래스룸에 올리고 링크 거신다. 동영상 퍼가기 막는법을 내게 가르쳐주시는 분도 생겼다. 뭐든 만들면 쓰게 된다. 좋아~

   그동안 우리학교는 플립러닝, 스마트교육과는 좀 동떨어진 수업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격수업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다들 너무 빨리 잘 적응해주고 계신다. 너무 잘하면 안되는데 ... 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래도 학생이 우선인 우리 학교샘들에게는 순간 순간이 최선이다. 그래서 난 우리 학교 샘들이 좋다. 너무 좋다.




# 원격수업 풍경 4


  플립러닝을 4년째 해온 나에게 원격수업은 그다지 낮설지 않았다. 동영상을 찍는 것도, 아이들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소통하는 것도, 협업하는 것도 늘 해오던 일이니 무섭지는 않았다. 그런데 즐겁해 덕질하듯 하는 수업과 업무는 달랐다. 시중에 나오는 모든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의 효용성을 확인하고 익하고 전달연수를 해야했고 난 변호사도 아닌데 저작권법에 민감해져야 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아니면 절대 쓰지 않았을 zoom 쌍방향 화상회의 앱을 공부하고 연습해 봐야 했다. 갑작스런 정보의 홍수는 나를 당황하게 했고 질리게 만들었다. 컴퓨터 좋아하는 영어교사인 나를 누가 Rare 템 (rare item)이라 불렀던가.... 난 이제 디지털이 싫고 아날로그가 좋아지려 한다..... (이게 노동과 덕질의 차이인가...)


   원격수업은 단순히 디지털 활용기술 습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디지털 시민교육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시민성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면서 인격있는 소비자로서 인공기술의 향유에 필요한 올바른 지식을 충분히 알고 다양한 윤리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식과 태도'라고 했다. 디지털 기기에 접근하고, 디지털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혐오와 차별, 인권침해, 배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필요하다. 어제 2시간을 쌍방향 화상수업을 하신 부장님께 농담으로 '내일 oo샘 짤 인터넷에 돌아다닐거에요~'라고 했지만 교사들은 원격수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가 무섭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적극적인 디지털 시민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이런 고민들을 샘들과 나눠야 하는데 지금 샘들은 하루하루 수업을 찍고 인코딩하고 업로드하기에도 너무 바쁘다. 그나마 정보공시가 미뤄져 행정업무는 한시름 덜었는데 이제 장기화된 원격수업과 1회고사 대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되겠지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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