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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최 Dec 30. 2022

'질문 빈곤 사회'  속 세계시민교육

동부 초등 학부모와 함께 하는 강남순 교수 교육 북토크 이후 소고

  2022년 6월 13일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에서 책 '질문빈곤사회'의 저자이자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교수인 강남순 교수님을 모시고 인천광역시동부교육지원청은 학부모 미래교육 공감워크숍을 가졌다. 벌써 두달이 지났지만 사업 담당자로서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저자의 강의와 강의 이후의 대화 시간에서 느꼈던 점을 써보고 싶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 세계시민교육으로

  코로나19 이후는 어떤 교육이어야 할까?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인, 나이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이웃에 대한 혐오, 마스크, 백신 공급 등으로 부터 나타난 차별,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언론과 정치권 등을 보며 나는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세계시민교육을 떠올렸다. 세계시민교육이란, 인류 보편의 평화, 인권, 다양성 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가치를 내면화한, 책임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교수님의 강의는 세계시민교육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이 중요함을 생각나게 했다.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은 깊이 고민하지 않고 쉽게 서로를 바이러스로 규정하고 미워했다. 그리고 자신이 누리고 다른 사람이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둔감해졌다. 예를 들어 마스크 생산량이 부족한 나라의 사람들, 백신 공급률이 현저히 적은 나라들에 대한 뉴스가 나와도 이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그렇게 우리 주변에 혐오와 차별에 대해 무뎌지고 있었다.   

  교수님이 '아이-인간'이라는 단어를 통해 아이 역시 독립적 주체로서의 인간임을 설명하실 때,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깨달았다. 바이러스 전파로 인한 생명의 위협과 끝없는 불안, 공포의 상황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인간에 대한 존중, 나 자신이 소중하듯이 아이도 소중하고 세계 모든 사람들 개개인이 소중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판적 사유는 현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지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된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현 상황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할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 어쩌면 혐오와 차별은 멀리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을 수도 있고 옆동네 사는 다문화 가족이었을 수도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기 존중감을 회복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환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음을 알았다. 세계시민교육의 시작은 자신의 책상머리에서 일기쓰기에 있을 수도 있다.   





#한국사회와 교육에 질문하기

  나는 한국사회에서 중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이다. 질문하기 보다는 대답하기,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하는 편이 살기 편하다는 인식에 더욱 공감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한국사회는 왜 그래야 했는지, 한국의 교육은 왜 그랬어야 하는지 한번 질문해 보게 되었다. 교수님의 자녀의 일기장 검사 이야기는 한국사회와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였고 지금은 그런 검사는 하고 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체벌이 당연히 여기던 시대부터 학생의 인권이 중시되는 시대까지 모두 겪어 온 나로서는 그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정도로만 인식해왔다. 

 현상에 대한 질문은 불편할 때가 많다. 사춘기 딸래미의 질문, 매일 걸려오는 민원 질문이 그러하다. 학부모, 교사로 부터 민원전화의 반은 질문이고 반은 시정요구다. 그러나 그런 질문에 답을 찾다보면 나는 예전에 왜 그렇게 그러려니하고 살았을까 싶을 때도 있다. 학생시절에는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질문하거나 튀면 안되었다. 교사가 되어서도 불합리해 보이는 일에 대해 학교 교장, 교감선생님에게 질문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바로 질문하지 않고 교육청에 민원 전화를 넣어 질문하는 마음이 때로는 십분 이해가 갈 때도 있다.

  '질문 빈곤 사회' 프롤로그를 보면 '나 아닌 외부 사람에 의해 선동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사유하는 주체가 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는 삶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 함영기 샘의 '교육사유' 책이 나왔을 때 그 책을 네다섯번을 읽으면서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결국 '사유하는 교사'는 지금 처한 한국사회와 교육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비판적 사유는 행동하는 교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사들이 은행저축식 교육이 아닌 문제제기식 교육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미추홀외고에 있을때 학생들과 함께 한나 아렌트의 '아이히만 보고서'를 바탕으로 영어 모의재판을 기획해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과 함께 얘기했던 '악의 평범성'은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유하는 시민으로서 살도록 등떠미는 얘기였다. 그때 이후 그 아이들은 얼마나 달라진 삶을 살게 되었을까 순간 궁금해졌다.




#공감과 환대의 교육으로 나아가기

  hospitality, 환대함을 문화로 처음 배운 곳은 인도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 였다. 인도 UESI(기독학생동아리) 가족들은 이방인인 나를 진심으로 환대해 주었고 교환학생으로 머무는 6개월간 인도 전역에 머물 가정집과 참여할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을 안고 영어를 포함해 인류애 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다음 환대함을 배운 곳은 미국 유학시절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환대함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텍사스 알링턴에 있는 UTA(University of Texas at Arlington)에 있는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그저 봄학기에 나를 받아준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한국인 커뮤니티에 연락해 공항 라이드를 부탁하고 대학 아파트에 6개월 계약하고 이민가방 2개를 짊어지고 그렇게 이십대 후반에 모험을 감행했다. 거기서 만난 한미교회 사람들, 같은 반 친구들, 교수님들의 환대 속에서 2년을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환대받을 권리가 있고 환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간은 존엄한 삶을 살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를 보존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학교 공동체에서 경쟁보다는 공감과 환대를 교육한다면 그것이 바로 시민교육이다. 서로 다름에 대해 인지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적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거기에서 우리는 공감과 환대를 교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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