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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최 Jan 01. 2023

역사에 우리는 어떻게 기록될까

영화 '영웅'을 보고 난 후의 단상

일제 강점기의 시작_역사를 말하다

1905년 이토 히로부미는 제2차 한일협약, 즉 을사늑약을 맺고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다.

1907년 한일신협약, 정미7조약을 통해 차관통치를 시작하고 이토 히로부미는 통감의 권한을 확대한다.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다.

그리고 1910년 한일합방을 통해 한국은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일제강점기에 들어가게 된다.

1919년 일본의 무단통치에 저항하는 3.1. 독립운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1920년 일본은 한국에 대해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방향을 바꾸고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다.

1931년 만주사변을 통해 일본은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려 하고 한국에 민족말살통치를 시작한다.

1931년 김구는 한인애국단을 통해 이봉창, 윤봉길 의거를 일으키고 항일무장투쟁이 한중 연합작전을 통해 진행된다.


이 영화는 국뽕이 아니었다_그래서 다행이다

영화 '영웅'은 뮤지컬 '안중근'을 영화로 각색하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역사영화는 늘 그렇듯 맹목적 애국심, 철지난 국뽕을 노린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안중근의 극중 대사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저는 일본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제국주의를 싫어할 뿐입니다."

동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식민지를 점령한다고 일본은 대동아공영론을 통해 제국주의를 합리화했다. 이를 주장했던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이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던 안중근의 시도는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그 후 비록 1910년에 한일합방이 이루어졌지만 국내, 국외에서 요인 암살, 조직적 무장투쟁, 학교 설립 등 일본의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독립을 맞이하지 못하고 남북으로 나뉘는 비극을 겪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정신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죄인인가

영화 안중근에서 뮤지컬에 나왔던 유명한 노래 '누가 죄인인가'가 나왔다. 그 가운데 한구절이다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말하자면
첫 번째,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두 번째,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세 번째, 을사5조약과 정미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요.
네 번째,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요.
다섯 번째,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여섯 번째,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마음대로 빼앗은 죄요.
일곱 번째, 제일은행권 지폐를 발행, 마음대로 사용한 죄요.
여덟 번째,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아홉 번째, 교육을 방해하고 한국인들을 신문에 기여하지 못하게 한 죄요.
열 번째, 한국인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열한 번째,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버린 죄요.
열두 번째,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트린 죄요.
열세 번째,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열네 번째, 동양평화를 깨뜨린 죄요.
열다섯 번째, 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 고메이 선제를 죽인 죄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를 찬성하는 혹자들은 안중근 역시 테러리스트였다고 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정치적인 목적으로 위하여 계획적으로 폭력을 쓰는 사람'이다.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에 의해 피해를 입은 주변국가나 사람들에게는 이토 히로부미가 '테러리스트'가 맞지 않은가?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이유가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할수 있을까? 재판정에서 안중근을 죄인으로 세웠지만 진정한 죄인은 누구인지 생각해보라는 대사로 보여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은 처칠이 했다고도 하고 신채호가 했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그저 우리는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해 고단했던 시절을 역사수업을 통해 기억하고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영화 '영웅'의 제목처럼 역사 속에서 우리는 안중근을 일본의 제국주의자를 저격해 식민지 침탈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린 '영웅'으로 기억하라고 말한다.

가끔은 내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살았다면 조선의 독립을 꿈꿀 수 있었을까 상상해본다. 아마 못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외국에 의해 조선은 이권침탈을 당하고 있고 외교권을 잃고 사법권을 잃으면서 을사오적을 비롯한 매국노들과 그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이 잘먹고 잘사는 시대였다.

그러나 절대 조선의 독립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암울했던 시대에도 제국주의의 불의와 부당함에 대해 싸우며 대한독립의 날을 꿈꾸었던 독립운동가들이 그때 있었다. 이에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내고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그치지 않고 난민은 여전히 발생하며 코로나19 이후 더 많은 혐오와 차별이 우리 주변에서 전세계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다. 그리고 정치권은 어지러우며 아직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휴전국가에서 나는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평화를 저해하고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불의한 무리들에 대해 우리는 지구적 평화와 다양성 존중, 인권 보호를 위해 싸워야 한다.


역사는 지금의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여러 해 전 미얀마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해 전쟁을 일으켰다. 며칠 전에는 북한의 무인정찰기 여러 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고 남한의 대통령은 확전을 말하였다. 코로나 19 이후 교육격차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여러 면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국가와 국가간, 민족과 민족간 마음의 거리는 더욱 많이 벌어졌다. 그 사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언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암처럼 퍼져나갔다.

이러한 현재를 사는 우리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고 후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그에 대한 두려움이 지금의 정재계, 교육계 인사들에게는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저 매사 주어진 것에 열심히 살면서 대동아공영의 잘못된 꿈을 꾸었던 '이토 히로부미'처럼 되면 안되겠다. 최소한 이 시대를 어떻게 바르게 살아야 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주변에 귀기울여 잘못된 것에 대해 무지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사유하지 않은 죄'를 범하지 말자.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역사'는 고민하고 행동한 사람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기록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한 당신, 실망하지 말고 나아가기를, 그리고 바른 길로 나아갈 후배들을 길러내는 일을 멈추지 말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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