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의 소소한 일상의 단면-10
애 아빠가 밥맛이 없단다.
''추어탕 먹으러 갈까?''
싫단다.
아무것도 안 먹겠단 사람이
''그냥 라면이나 하나 끓여 줘.''한다.
''라면엔 김밥이지? 김밥 말아줄까?''
더운데 귀찮게...... 라면만 주란다.
아마도 오전에 시어머니 계신 요양병원에 다녀와서
계속 저기압인 것 같다.
나의 특단의 조치는
애아빠 어릴적 검정고무신 끌고 다니던 깡촌에서
소풍 간다고 김밥을 싸 봤자
마른김에 김치 좀 넣어 둘둘 말고,뚝뚝 썰어서간게 고작이겠지만, 어머니 뵙고 난 후
그게 어렴풋이 생각 났을꺼라.
냄비에 들기름을 듬뿍치고,
갈은 마늘과 고추를 토박내 달달 볶은 다음
속을 좀 털어낸 김장김치를
같이 센불로 볶아 낸다.
물기가 쪽 빠진 들기름향 솔솔 나는 볶은 김치를
따끈한 흰밥 위에 올리고,
지단과 부추를 넣어 돌돌만 다음
자르지도 않고 한줄을 건네 주니
옛 추억에 잠겼던 것일까?
입 맛 없단 사람이 몇 줄을 냉큼 먹는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날...
조갯살 넣은 라면 한 그릇과 볶은김치 김밥 몇줄이
상념의 바다에서 걸어 나올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가 될 수도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