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의 소소한 일상의 단면-9
이사하고, 아직 커텐을 달지 못해서 인지
이른 아침에 놀라 눈을 뜬다.
단식하고,기운없어 천변에 통 나가질 못 했었는데
천변가에 피어있을 기생초 무더기를 그리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 삼천 천변길을 따라 걷는다.
벚 가로수길 가장자리엔
이른 아침 허리 고부러진 할미가
뒤로 보이는 할미 텃밭에서
계절마다 '쉼'을 바꿔가며 열리는
고추며, 가지며, 호박잎을 천원,이천원에 판다.
울 부모님,
자식들 줄려고 약 안치고 농사 지으셔서
냉장칸에 저런 푸성귀야 쌔고 쌨지만,
햇 가지며,햇 옥수수를 볼 때 마다
운동복 빈 바짓주머니가 이리 야속 할 수 없다.
''내일도 나오실 꺼지요?''하고,
서운해 뒤 돌아 서는데...
할미가 엉거주춤 따온 토마토를 사시는 손님이
''제가 사 드릴까요?'' 하신다.
''네? 아...아닙니다.''
서로간 화장기 없는 어색한 낯빛으로 웃는다.
이른 아침이 그분의 말씀 한마디로
뭔가 좋은일이 왕창 생길것 같은
그런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