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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작가 Aug 07. 2017

친정엄니의 마음이려니...

꽃지의 소소한 일상의 단면-5

''절대 사먹지 마! 열무!''


열무김치 국수말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엄마,우리 열무 없어?''

''하도 가물어서 크지도 않고,

말라 비틀어져서 다 뽑아 버렸어.''


''나 그거 먹고 싶은데...마트가서 사서 담을까?''

''아녀.얼매나 열무가 벌레가 많은지 알어?

열무가 영양이 많아 갖고 약을 들이 부서버러''


''먹고 싶은데...''



이런 대화가 오가고,

나도 열무 사는걸 차일피일 미루다

보름쯤 지났을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열무 물김치 담궈 놨은겡 갖고 가''


그랬다.

엄만 나와 대화 후 담날 바로 열무씨를 뿌리고,

겨우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자란.

여린 열무를 뽑아다가  물김치를 담궈 놓으신거다.


이렇게도 감사한 엄마앞에서

나의 고마움의 표현은 고작......


''엄마? 여기 청량고추 넣은겨?''

''아녀. 안넣어.

그냥 들어갔는가 마는가 시늉만 했어.''


''매운대?몇개 넣은거야?''


''눈꼽 맨치롱 넣었어...쬐깨 넣어야 맛나지.''


''그려.맛나네.''


그러면서 빈손으로 간 난 오늘도

무거운 손을 버티느라 어깨를 부여잡고

엘리베이터 내림 버튼을 누른다.


집에 와 엄마가 담가준 열무 물김치에 국수를 말아

쌍둥이랑 한그릇씩 과반을 했다.


내가 받는 사랑만큼 나도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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