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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forme Nov 20. 2024

우리 부부는 명절이 제일 싫다.

연휴가 길면 시댁과도 길어지는 시간

우리는 정말 명절이 싫었다.

오죽하면 마냥 좋아할 나이의 첫째가 자기도 명절이 싫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쉬는 날 많아서 좋다고 했다는데 자기는 싫다고 했단다.


그 이유는 그녀 때문이다. 


처음 결혼하고 명절이 왔다. 아버님은 이혼하셔서 시골집에서 사신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결혼하고부터 어머님 혼자 사는 집에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오셨다.  난 이혼하셨다 해서 우리 집처럼 서로 안 보고 각자 사는 줄 알았는데 장남인 아주버님이 아버님을 꼭 챙겨서 결국 어머님과 다 함께 만나게 만들었다.


우리가 결혼한 후에는 그런 날이 당연하게 되었고 아버님은 시골에서 금요일부터 내려와서는 그녀의 집에 며칠 있다가 다시 내려가셨다. 아버님이 오시면 우리도 주말에는 무조건 그녀 집에 가야 했다. 둘이 있는 게 싫어서다. 그러면서도 밥 세끼 다 해드리고 옷도 챙겨드리고 생신도 챙기는 그녀다.


이런 그녀의 애매한 태도는 항상 화를 불러왔다. 안 보고 살겠다 하면 안 보면 되는건데 그녀는 자기가  마음이 약하다는 핑계 집에 오시는 걸 막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있는 건 싫어해서 아주버님네부터 우리까지 소환이 되었다.


 하지만 아버님 때문에 기분이 나쁘거나,  몸이 아픈데 아버님이 오시면 그 화가 결국 우리 부부 아니, 나한테 왔다. 그게 명절 때마다 계속 이어졌다.


아주버님은 아버님을 명절에 꼭 보도록 만들었고 결국 아버님으로 인한 화는 모든 식구들한테 퍼붓게 되었다.






첫 결혼을 하고 돌아온 명절날....   토, 일, 월 이렇게 3일의 연휴였다. 명절 당일은 일요일이었고 당일날 오후에는 친정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친정손님이 오셨다. 몇 년 안 보던 친척들이 들이닥쳤다. 점심 전에 가야 하는데  들이닥친 친척을 그녀 혼자 대접하게 둘 수도 없고 자연스럽게 상차림을 돕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한참을 대화하고 나서야 4시가 넘어 돌아가셨다.


그때서야  늦어서 어떡하냐며  미안해했다. 그날이  명절 당일날 늦게 보내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안해한 날이었다.


그 이후로는  명절 당일이 지나서 다음날 가는 게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주말이 포함되는 명절에만  명절당일날 보내줬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그래도 3박 4일은 기본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두 번의 일이 있었다.


먼저 우리가 결혼 후 2년쯤 지나 아주버님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두 며느리가 함께 한 첫 명절날 일이 터졌다.  그날도  명절 당일이었는데 아침을 먹고 형님네가 친정을 가려고  준비하니 기분이 나빠진 그녀다. 난 그전부터 명절 다음날 가는게 당연해져 있는데 이제 결혼한 형님은 당연하게 당일날 친정으로 가려고 했다.


" 벌써부터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 "

그녀는 형님과 아주버님 앞에서  화가 난 목소리로 대놓고 뭐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 눈치를 보며 오늘도 가는 걸 포기했다. 아주버님네가 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우리까지 가면 또 발작 수준으로 난리가 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화가 난 그녀는 불만을 토해냈는데 니들도 가냐고 물었다. 자동으로 우린 내일 갈 거라고 답했다.


결국 명절 다음날 가는 건  그녀에게 당연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항상 친정식구와는 명절 마지막날 저녁 한끼 먹고 헤어 졌다. 우리식구와 만나기 위해 오빠네도 새언니 친정부터 들리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아버님이었다. 

시골에 계신 아버님은 명절 당일에 형제들과  제사를 지내시고 오후에 버스로 오셨다. 그러니 아버님을 보려면 명절 당일에 가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버님과 둘만 있는 건 싫어했다.  하지만 우리도  친정은 가야 했기에 둘이서만 두고  나오면  꼭  나중에, 혹은 친정식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중에 아들에게 전화해서 한 시간 이상 길고 긴 잔소리를 하거나 괜히 나에  대한 꼬투리를 잡았다.






명절에 제사는 안 지내지만 시댁에 모여 매일 밥을 차려먹으니 음식은 해야 했다. 그녀는 자기가 이것저것 반찬을 하면서도 며느리들이  반찬을 해오기를 바랐고 형님과 나는  명절 일주일 전  통화해서 각자 무슨 반찬을 할지  정했다. 세네 가지 정도 준비해 갔는데 문제는 음식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절연휴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명절 앞에 주말이 붙어있으면 주말부터 그녀한테 가야 했다.


회사를 다니는 나는 수요일쯤 밤에 장을 보고 목요일 금요일 저녁 내내  음식을 만들었다. 명절연휴가 월요일이라도 우리는 토요일부터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더 명절이 싫었다. 주말이 낀 연휴는 더더욱 싫었다.  주말부터 명절까지 최소 3박 4일을 보내야 했다.


다들 시골도 1박 2일 보내고 온다는데 40분 거리에  살면서 3박 4일이라니...  


중간에서 눈치 보는 신랑도, 명절이 2주는 되는 거처럼 길게 느껴지는 나도 명절이 너무너무 싫었다.


제사를 안 지내는데도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졌다. 명절은  그녀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했고 불행하게도 기분 좋은 적은 딱히 없었다.


항상 살얼음판에 서있는 기분이었고 명절이면 형님과 이렇게 얘기했다.


'이번 명절도 무사히  넘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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