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이라 다행이다.
집앞에 큰병원이 있지만 설마 내가 노인도 아닌데 갈일이 있을까 싶었다. 감기도 1년에 한번 있을까말까였으니...
그런데 집앞에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고 항암하면서 난 내 직장인듯 자주 편하게 애용하게 되었다.
샘병원 주치의선생님의 소견서를 가지고 집앞 용인세브란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슬라이드 조직도 가지고 갔는데 필요없다고 한다. 나의 병원기록 CD등록을 하는데 자료가 어마무시하다.
2000장이 넘는 자료가 복사가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다가 혈액종양내과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아마도 나의 자료는 제대로 보지 못했을거다. 처음에 집이 어딘데 안양에서 수술했냐고 하신다. 집은 바로 앞이라고 했다. 집도 앞인데 왜 거기서 수술했냐며 의사 선생님이 누구시냐고 묻는다. 의사들끼리는 뭔가 서로에 대해 견제하는것이 느껴진다.
자료를 보시고 안양 주치의선생님이 써주신대로 항암 방사가 될거라고 했다. 치료 계획이 동일해서 다행이다.
난 1센치 작은 암하나 떼어냈는데 감당할 치료가 어마어마하다.
AC항암 4회
표적항암 치료 3주마다 18회 1년
졸라덱스 4주마다 2년
타목시펜 약 복용 5년
방사선 33회
유방암을 왜 소액암으로 치부하는지 모르겠다. 수술보다 더한 치료가 있는데...
그런데 갑자기 브라카검사는 했냐고 물어보신다.
유전자검사인데 집안 친척중에 유방암, 췌장암, 전립선암 이력이 있으면 검사를 보험으로 할수있다고 한다.
안젤리나 졸리가 한것처럼 유전자가 있으면 예방차원에서 유방을 다 절제하고 난소제거까지 한다며 브라카 검사 하겠냐고 물었다. 난 항암하러 왔는데 갑자기 난소제거까지 얘기 하는것이다.
나 수술했는데 갑자기 이건 또 무슨소리지??
지금도 스트레스인데 유전자가 있다고 나오면... 난 어떡해야하는건지 ...
아무리 생각해도 항암만으로도 힘들거 같아 일단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왔다. 감당할수가 없을거 같아서...
그렇게 첫항암 날짜를 잡고 나왔다.
10월 12일
어떤 부작용이길래 힘들다할까 아직까지는 난 괜찮았다. 잘할거라 믿었다.
브라카 검사를 얘기하면서 유방절제와 자궁적출을 얘기하시는 의사선생님이 오늘 난 이해가 안갔다.
그것도 웃는 얼굴로...
그런데 매번 선생님을 뵈면서 원래 웃으며 말씀 하시구나 라고 느꼈다. 나의 작은 오해는 사라졌다.
아픈 사람만 보면서 저렇게 웃어주기도 쉽지 않을텐데 밝게 얘기하셔서 감사했다.
바로 그 다음주에 무서운 AC항암이 예정되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