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시작된 돈문제
난 결혼을 하기로 했다.
결혼날짜부터 마음에 안 든다 해서 미루다가 그녀가 철학관 가서 날짜를 잡아왔다. 그렇게 결혼하기로 했다. 우리는 둘 다 돈을 아끼는 스타일이라 연애 때도 통장에 모아서 데이트를 하곤 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둘이 모은 돈을 어디에 쓸지 정했다. 내가 신랑보다 더 모았다. 왜냐하면 신랑의 아버님이 이혼 후 시골로 가셨고 형도 집을 나가서 따로 살았다. 그래서 그녀와 신랑 둘이 살았기 때문에 생활비를 신랑이 대고 있어서 많이 못 모았다고 했다.
전세 집을 먼저 구해야 하는데 내 돈으로 보태고 나머지는 내 이름으로 전세 대출을 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내가 더 연봉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결혼 준비 자금으로 신랑 돈을 쓰기로 했다.
난 결혼 준비로 설레며 카페에 가입하여 이것저것 알아보고 예산도 짜고 결혼준비 리스트도 만들었다. 분명히 그녀가 예단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가구만 좀 바꾸고 싶다 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신랑이랑 그녀는 그녀의 장롱이랑 침대를 바꿨다고 했다. 그래서 구매한 돈을 신랑한테로 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 일이 터졌다. 갑자기 예단비 얘기가 나온 것이다.
아버님 양복이며 형 양복은 어떡할 거며 시골 할머니 이불은 안 해드리냐며 뭐라고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준비 리스트에 따로 가족들 옷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혼한 아버님이 함께 살고 있는 시골 할머니 이불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난 퇴근 후 200만 원을 들고 시댁으로 갔다. 화가 나있는 그녀
" 아버님이랑 형 양복은 어떡할 건데? 시골 할머니한테도 이불 해드려야 하는데!! "
" 저희는 따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 아들이 그러는데 네가 집 구하는데 돈 더 보탰다는데 내가 그랬다. 그러면 아들 돈에 맞춰서 집 구하라고."
그리고 200만 원이 든 봉투를 드렸다. 가구도 바꿨는데 추가로 200만 원을 드렸으니... 보통 예단비 500을 하면 200을 돌려주는 걸로 아는데 난 500만 원짜리 예단을 한 샘이다. 총 320만 원을 드렸다.
그날 난 빈손으로 분명히 집에 왔다. 그런데 몇 년 후 어이없는 얘기를 듣게 된다!!!
" 그날 200만 원에서 너한테 100만 원을 다시 줬어 내가 메모도 해놨는데 "
헉 그녀에게 난 200만 원 예단비 해서 100만 원 받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 나 돈 받은 기억이 없는데.... 내가 결혼 준비할 때도 가계부 썼는데 받았다는 기록이 없어."
신랑도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따로 아마도 자기한테 준거 같다는 추측을 했다.
그렇게 예단비를 주고 난 뭐를 받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아웃렛 매장에서 코트 사준다 해서 10만 원 짜리 코트 하나 받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예단은 넘어갔다. 그다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어느 날 신랑이 나를 불러 이야기했다. 자기가 지금까지 생활비를 드렸는데 결혼하고도 안 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생활비를 못 드리면 결혼하기 힘들 거 같다는 이야기다. 한 달에 80만 원....
신랑 주택청약으로 저축해 놓은 돈이 생각났다. 그거 안 받는 샘 치고 거기서 매달 일단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난 집에 와서 엄마와 오빠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우리 집도 오빠와 엄마와 셋이 살고 있는데 나랑 오빠가 보태고 있는 실정이었다. 결혼하면 난 못 보탤 것 같다고 했다. 이래이래 시댁에 보태야 한다고 했다.
결국 오빠가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도 나중에 언제 그랬냐고 말이 나왔지만...
그래서 우리는 월 80만 원을 드리기로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없어서 처음에는 크게 문제가 안될 거라 생각했다.
신랑은 80만 원에 자기 용돈을 보태서 90만 원을 드렸다. 자기 용돈 아껴 주는 거니 내가 뭐라고 할 건 없었다.
결혼하면서는 청약저축에서 빼지 않고 그냥 매월 월급에서 그렇게 드리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생활비를 냈다. 결혼 2년 후 아주버님이 결혼하면서는 반반 부담으로 50만 원씩 드리게 되었다.
" 내가 형네한테 얘기했다 너네만 내니까 반반 부담하라고!"
고마워해야 하나.....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그렇게 50만 원씩 지금까지 드리고 있다. 연 끊은 형네도 드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친정엄마에게도 돈을 드리다 보니 어마어마한 돈이 나갔다. 저축을 해도 모자랄 판에 집대출에 시댁 생활비에 아이 양육비까지.... 와 저축은 이제 없다.
이렇게 드리는데도 툭하면 꼴랑 100만 원이라면서 약값이 얼마 드는 줄 아냐고.... 어쩔 때는 고맙다고.... 친구분은 며느리가 3천만 원을 줬다고...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그 소리에 나도 한마디 했다.
" 어머니 그 며느리는 일시불, 우리는 할부로 드리고 있어요 "
못 알아먹을 뿐이다.
난 생활비도 드리고 어버이날, 생신, 명절 때도 챙기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온갖 짜증과 감정쓰레기뿐이다.
지금까지 드린 돈으로 저축을 했으면.....
그녀는 자존심이라고 하지만 내눈에는 자격지심으로 밖에 안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