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전화, 그녀가 화가 나면 받지 않는 전화
전화.....
살면서 부모한테도 물어볼 일이 없으면 안 하던 전화....
왜 결혼과 동시에 부모는 전화만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모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친구도 만들고 야외 활동도 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바빠야 할 텐데.... 결혼하는 순간부터 양가의 부모는 결혼한 자식 내외한테만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 하루종일 말할 사람이 없어서 개랑 얘기한다."
그녀가 그렇게 자꾸 눈치를 준다.
결혼 후 몇 달이 지나 첫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다. 휴가는 주말포함 9일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내 생일이 휴가 시작 주말 전 금요일이었다. 첫 생일은 시어머니가 차려 주는 거라나.... 휴가 시작의 금요일부터 우리는 저녁에 시댁으로 가야 했다. 이것저것 차려주신 밥을 먹고 주말만 보낼 생각으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런데 토요일 갑자기 춘천 시골로 가게 되었다. 아버님이 계신 시골집으로....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서부터 아버님과 왕래를 하게 되었고 항상 그녀가 끼어 있었다. 토요일에 가게 되어 시골집에서 고추도 따고 물놀이도 하며 일요일까지 보내고 저녁 늦게 시댁으로 왔다. 늦게 왔으니 자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었다.
우리는 그전에 수요일쯤 둘이서 동해안으로 여행을 갈 거라고 그녀한테 얘기했었다. 아마도 그래서일까...
월요일이 되어도 가라는 말이 없다. 답답할 노릇이다.
이번 주말부터 둘 다 휴가인걸 아는 그녀는 휴가조차 우리와 모두 보낼 생각인 것이다.
화요일 아침.....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 베란다 문을 열고 왔었다. 그래서 우리는 문 열어 놓고 와서 문 닫으러 가야 한다고 하고 겨우 나오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가서 화요일에 빠져나온 것이다.
휴가 기간 동안 태풍이 두 개나 온다는데 그래도 처음 휴가라 둘이서 정선으로 떠나게 되었다.
시댁에서 나오며 우리는 각자 '도착하면 연락할게요'라고 했다.
그 말이 나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이야....
우리는 정선에 먼저 도착해 펜션에 들어가기 전 약속대로 신랑이 대표로 전화를 드렸다. 잘 도착했다고...
그리고 우리는 비 오는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고 앞도 안 보이는 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며칠 재밌게 놀고 돌아왔는데..... 그녀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이다.
내가 전화를 안 해서.....
그녀의 말
" 아들은 아들의 도리가 있고 며느리는 며느리의 도리가 있는 건데 전화하기로 했으면 전화를 했어야지!!"
신랑과 같이 있었는데 잘 도착했다고 들었으면 된 거 아닌가.... 참 어렵다.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날지 모르는 그녀다.
그 이후 일부러 평일에는 매일 전화드렸다. 퇴근길에 매일.....
매번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전화를 했다. 사실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 식사는 하셨어요?"
" 날씨가 오늘은 많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 어디 아픈 데는 없으세요?"
이렇게 매일매일 전화 했다. 하기 싫어도 억지로 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임심을 하게 되었고 2개월 되자마자부터 입덧을 심하게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출퇴근을 하는 것도 정말 어려웠다. 버스가 집 앞에 도착해서 내리는 순간 난 구토를 했고 회사에서도 전혀 한식을 먹지 못해 식사도 잘하지 못했다.
난 그때도 매일 전화를 했다. 그리고 입덧이 심해지는 거 같다고 얘기했다.
" 아니 아직 심할 때가 아닌데..."
그녀는 내가 매일 통화하며 입덧으로 고생한 얘기를 하는 게 듣기 싫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신랑을 통해 말이 나왔다.
"매일 입덧해서 힘들다고 했다며? 맨날 전화해서 그런다고 뭐라고 했어."
도대체 전화를 해도 안 해도 그녀 맘에는 다 안 드니 어떡하라는 건지. 며느리의 하소연은 듣고 싶지도 않다. 아들 흉도 보면 안 된다. 가까워지려 해도 그녀와는 항상 거리감이 생겼다.
그날부터는 전화를 줄였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사실 이것도 많다. 난 최선을 다한 건데 전화도 결국 좋은 소리를 못 듣게 되었다.
점점 그렇게 전화를 줄여 나갔다. 그녀와 통화를 하다 보면 결국 내 말에서 화가 나 사단이 나기 때문이다. 초반에 전화 중에도 그녀가 화를 내고 끊어 버리면 내가 여러 번 전화했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계속 전화를 했다. 받을 때까지.... 그리고 그녀는 또 화가 나면 카톡을 차단해 버렸다. 자기 집에 와서 빌라는 얘기다. 어쩔 때는 친정 엄마까지 차단을 했었다.
몇 년이 흐르니 전화해서 안 받으면 나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고 우리가 자기 집으로 달려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집에 가서 잔소리, 아니 그녀의 감정 쓰레기의 말을 듣고 혼나는 건 너무 싫었다. 한 시간이 넘게 혼자서 연설을 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래 안 그래!!" "대답해"
그렇게 자기 말이 맞다는 걸 확인받는다.
신혼 초에도 화를 내며
" 네가 결혼해서 신혼 지나면 나랑 같이 산다고 했다며!! 그래 안 그래?"
난 전혀 그렇게 얘기한 기억이 없는데 그녀는 듣고 싶은 대로 듣고는 자기 맘대로 해석한다.
그때도 다그쳐서 그냥 " 네"라고 대답했다.
" 죄송해요"
" 그러니까 왜 매번 죄송할 짓을 해!!"
죄송하다고 하는 것도 뭐라고 해서 그다음에는 듣기만 하고 대답을 안 했다.
" 너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안 해? 대답해"
"죄송합니다"
" 넌 매번 죄송하다고 하는데 죄송할 일을 왜 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말에 진절머리가 났다. 난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그녀의 비위를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신혼 초에는 더더더 나를 들들 볶았다. 그녀 동네 아지트 미용실에 모인 그녀의 친구들이 며느리를 초장에 잡으라고 한 것이다. 난 그 동네도 그 미용실도 그녀의 친구들도 그녀 윗집 여자도 다다 싫었다.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남의 가정에 이래라 저래라하고 그런다고 또 그 말에 행동으로 옮기는 그녀까지.....
다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