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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30년 전 그녀의 법칙대로!

아이가 집에 온 날부터 매주 우리 집에서 자고 간 그녀

by graceforme

아이가 태어나고는 또 다른 시련이 시작되었다.



조리원에서 퇴원하여 집에 도착하였다. 이제 진짜 내가 다 해야 하는 일이라 두렵기도 했다.

첫 아이라 집에 도착 전에 청소도 다 하고 아기 용품도 준비했다. 집에 온 날 난 유축기를 보건소에서 빌려 왔다. 많이 나오지는 않아도 조리원에서 하던 모유수유를 어떻게든 하려고 했다.


목요일에 집으로 와서 그날 밤부터 아이랑 잠이 들었다. 아니 난 밤을 새웠다. 유축해 놓은 모유가 없으면 분유를 먹이며 밤을 새웠다.


하지만 모유수유도 그녀가 등장하며 끝났다.

조리원에서 온 그 주말부터 그녀는 매주 왔다. 오자마자 그녀는 자기가 분유를 먹였다. 내가 모유수유 하려고 방으로 들어 가려했지만 분유를 타서 먹이고 있다. 그런데 아이를 손탄다며 안아주지 않고 먹였다.

아이를 낮은 메밀베개에 눕혀 놓고는 젖병을 입에 댔다. 너무 싫었지만 모든 게 자기가 맞다고 하는 그녀라서 가만히 있었다. 아이는 중간중간 분유를 흘리며 먹고 그걸 손수건으로 닦으며 손으로 젖병만 입에 대고 잡아주고 있었다. 모유수유는 그날로 끝났다.


그녀가 집에 있는 동안은 내가 분유를 타고 아이를 눕혀놓고는 자기가 먹였다.

손탄다며 안아주지 말라고 하면서......


아버님한테도 안지 말라고 한다.

" 당신이 키워 줄 거 아니면 손타서 키우는 사람 힘드니까 안지 말아요."


내 아이도 그녀가 있으면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니..... 이제 30일도 안된 아이를 안아주지도 않고 젖병만 손으로 대주고 있었다. 그렇게 낮에는 그녀가 분유를 주고 난 쉬지도 못하고 밤에는 또 내가 밤새 아이와 자면서 한 시간마다 깼다. 그렇게 그녀의 육아 법칙은 공산당처럼 지켜야 했다.


그 이후 주말을 시작으로 매주 와서 그녀는 1박을 했다. 그다음 주는 그녀 혼자, 그다음 주는 아버님과 그녀, 그리고 그다음 주는 신랑 회사 출근이라고 속이고 그녀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 그다음 주에는 아버님, 아주버님, 그녀까지..... 그다음 주도......


난 조리를 받아야 하는데 시부모 밥을 차려야 했다. 그나마 도와준다고 설거지를 그녀가 몇 번 했다. 그게 다다....... 아이가 보고 싶다는 이유로 매 주말을 우리 집에서 보내는 시댁 식구들....


아주버님이 안 자고 간다 하면 자고 가라며 자기 집인 양 얘기하면서 나 보고는 저녁밥 차려 주라고 하는 그녀이다.


20250726_111236.jpg 매주 우리집에 오는 시댁식구



그리고 아이가 30일쯤 되었을 때 그녀 혼자 온 주말.....

아이는 거실 아기 침대에 넣어 두었고 잠이 들었다. 신생아 침대라서 가드가 높고 침대도 높았다.


그때 그녀가 아이가 자니까 걸어서 10분 거리의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고 오자고 했다. 30일 밖에 안된 애를 두고 다 나가자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었고 불안했지만 아이가 잘 자고 있으니 괜찮다며 나가자고 했다.


그렇게 걸어서 바지락 칼국수집을 갔다. 난 너무 불안했고 입에 잘 들어가지도 않았다. 거의 1시간 정도를 비웠다. 다시 걸어서 집까지 갔다. 너무너무 불안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가 침대 안에서 울고 있었다. 못 움직인다고 이렇게 아이를 두고 가자고 하다니......

그 다음에도 또 밥을 먹으러 아이를 놓고 가자고 하길래 나는 집에서 먹겠으니 아들하고 가라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도 처음에는 싫다고 했던 그녀.....

한 달 된 아이를 이렇게 다루는 할머니를 본 적 있는지......



오래전 다이어리를 꺼내 보았다. 그때가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다이어리의 첫 장은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마지막 12월에는 눈물로 가득했다. 3개월의 출산휴가를 아이와 보내려고 난 예정일이 다 될 때까지 1시간 거리의 서울까지 버스를 타면서 일을 했는데, 그 짧은 출산 휴가에도 나에겐 주말이 없었다. 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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