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독립시킨 게 아니라 자기 식구에 내가 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신혼여행도 잘 다녀왔다. 그리고 친정을 먼저 들리고 이바지 음식을 들고 시댁을 갔다. 한복을 입고 방문하였다.
하룻밤을 보내고 집으로 온 것 같다.
이제 진짜 둘만의 시간이 되었다. 모든 이벤트가 끝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신랑의 전화기가 울린다.
그러고는 갑자기 신랑이 옷을 입고 시댁에 가봐야 할 거 같다고 한다. 그녀가 아프다고 했다. 신랑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아프다고 했었다. 가끔 구토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이것저것 검사해도 특별히 이상이 없다고 했단다.
신혼여행 갔다 오자마자 그녀가 아프다며 밤에 연락이 왔다. 신랑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밤에 나가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툭하면 그녀가 아프다고 오라고 했다.
그녀는 구토를 한다고 자주 그랬는데 나중에 그녀에게 물어봤다.
"혹시 빈속에 약 드셨어요? "
대부분 빈속에 약을 먹었다고 했다. 그러니 구토하지.....
그게 시작이 되어 툭하면 아프다고 불러서 갔다. 그녀 왈 자기는 웬만하면 아프다는 얘기 안 한다며 말하지만 만나면 인사가 여기 아프네 저기 아프네 어제는 칼에 살짝 비었네 한번 봐봐..... 아프다는 게 일상이 되어 아주버님이나 신랑은 그녀가 아프다는 말에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 않았다.
처음 결혼 하고는 평일날 저녁에 퇴근하며 시댁에 방문해서 저녁을 먹고 왔다. 그러던 어느 날 토요일에 내가 먼저 시댁에 갔다 오자고 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신랑도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랑이 아프면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는 걸 몰랐다. 아픈지 몰랐다. 평소 아프다고 말을 안 하니까.....
그렇게 둘이서 시댁으로 갔다. 시댁에서 잘 생각은 없었다. 시댁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 9시쯤이 되었는데 내가 시계를 본 것이다. 그리고 가려고 준비하니까 그때부터 그녀가 폭발했다.
" 아주 그냥 집에 언제 가나 시계보고 얼굴에 쓰여있어.! 4층 애기 엄마가 그러더라. 아니 왜 평일날 왔다 가냐고 주말에 오면 되지.... 그리고 신랑이 아픈데 여기까지 데리고 와? "
난 진짜 그 4층 여자가 너무 싫었다. 자기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옆에서 훈수를 놓고 있는지 정말 재수 없었다. 그 여자는 일도 안 하는 초등아이 엄마였고 시댁이 강원도 시골인데 한번 가면 일주일씩 있다 오고 시부모한테도 엄청 잘한다며 그녀가 항상 칭찬을 했다. 그여자는 일 안 하고 헬스장 다니며 하고 싶은 거 다하는데 일 다니는 나랑 비교하는 것도 싫었다.
" 앞으로 오지 마!!! "
큰소리를 치는 그녀에게 신랑은 그냥 가자며 나오라고 했다.
난 그때 너무 어렸고 그런 호통 치는 상황도 무서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풀어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제가 내려가서 데리고 올게요"
" 됐어 오지 마!! 그렇게 싫으면 "
난 그녀의 팔을 잡으며 잘못했다고 했고 내려가서 데려 오겠다고 했다.
난 계단을 내려가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신랑 보고 다시 들어 가자고 했다. 신랑이 나보고 그냥 타라고 했다. 나는 일단 차에 타서 신랑보고 다시 올라가자고 했다. 그런데 신랑은 그냥 출발을 했다.
5분 정도 큰 도로로 나갔을 때 신랑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 야 인사도 안 하고 가냐!!! 어디 버릇없이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가!!"
그때 우리는 그냥 집에 갔어야 했다. 지금껏 그게 젤 후회스럽다. 신랑이 다시 유턴을 했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친절해진 그녀다. 호통도 안치고 웃으면서 맞이한다.
결국 그날 이후 그녀가 집에 가라고 하지 않으면 먼저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가 이불을 폈다. 자고 가라는 뜻이다. 우리는 하룻밤을 자게 되었고 일요일도 저녁 늦게 보내주었다.
그게 시작이 되어 우리는 매 주말을 시댁에서 토요일 아침부터 가서 일요일 저녁 9시에나 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매주 자기랑 보내는 게 당연한 일이었고 토요일도 아침 8시에 출발해서 40분 거리를 차로 달려 9시 전에 도착했다. 그것도 그녀는 가끔은 늦게 왔다며 호통을 쳤다.
일요일도 저녁 먹고 가면 편하지 않냐며 항상 그 논리로 잡아 두었다. 그리고 그때 했던 주말 연속극을 끝까지 보고 가게 했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토요일에 시댁을 가려면 금요일 저녁 퇴근해서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돌려야 했다.
그래서 내 기억에 신혼 때 둘이서 여행이나 데이트한 기억이 몇 개 없다. 주말은 다 그녀 차지였다. 심지어 임신으로 내가 만삭일 때도 아들을 불러서 항상 주말에 1박을 했다.
정말 이기적인 그녀다. 딸 같은 아들이 결혼해서 나간 게 슬퍼 울었다고 하더니 얼마나 같이 있고 싶은지 몸소 보여준다. 나에겐 미저리 같은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