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려주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다
첫 외래진료
친척언니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병원에서 정말 친절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기존 병원에서 가져온 자료를 미리 보내서 먼저 검토하시고 오늘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암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두통도 끊이지 않고 내 몸에 암이 있다는 사실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었는데 빠르게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남편과 사촌언니와 들어가니 선생님은 남편보고 제 옆에 앉으라며 사촌언니와 자리를 바꾸라고 하신다. 세심한 배려..
벌써 자료도 다 검토하시고 앞으로 치료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프린트해서 보여주셨다.
내 이름이 적힌 치료계획을 보게 되었다....
꼼꼼하시구나.
기존 유방외과 자료로는 0.9cm 내외로 그래도 꾸준히 검진을 잘해서 초기에 발견되었다고 하셨다.
크게 문제가 없다면 0기 상피내암으로 항암까지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방사선치료와 5년간 타목시펜이라는 약을 먹어야 한다. 유방암 수술에 대한 시간별 진행과정까지 알려주셨다. 어떤 검사를 하고 들어가는지.. 수술 시간과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설명을 듣고 나오니 50분이 지났다.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묻고 싶었던 질문의 답을 다 얻어서 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이렇게 환자 한분에게 긴 시간을 내주시다니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검사 스케줄과 수술 스케줄까지 정해지고나니 한결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
집이 가깝지 않아서 검사는 입원해서 2일에 걸쳐 받기로 했다.
검사항목이 많아 힘들까 걱정했는데 2일에 걸쳐 진행되니 다행이었다.
이제 투병의 시작이구나 싶으면서 출산 이후 또 다른 내 삶의 시작이구나 싶었다.
진단 이후 쭉 내가 어떻게 살아온 건지 반성하고 먹어온 것, 잠, 습관, 스트레스 원인 등 뒤돌아보게 되었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원인을 스스로 알아야지만 바꿀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차차 깨닫는 순간이 올 거라 믿고 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온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병이다.
유방암에 대한 다양한 정보 속에서 혼란이 오다.
암에 걸린 후 면역에 관한 책도 보고 유튜브도 온통 암에 대한 것만 보게 되었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이젠 나에게 절실해졌다. 유방암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유방암카페도 있어서 가입했다. <유방암이야기> 자꾸만 찾아보게 되고 재발 전이 등 안 좋은 얘기만 보게 되니 더욱 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유튜브의 어떤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재발 전이가 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별문제 없이 좋아진 사람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하고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이 나에게도 더 큰 힘이 되는 걸 알게 되었다.
책에서도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수십 번 이야기하고 있기에 카페도 너무 자주 보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는 너무 의견이 다양하고 다들 자신이 완치한 방법이 무조건 맞는 것처럼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보면 볼수록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 건강해진 환자들의 수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적어도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보는 지키는 게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젠 새 인생을 살지 않으면 다시 암은 찾아올 수도 있다. 암은 완치라는 게 없다고 한다.
그리고 1cm 정도의 크기가 되려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10년 이상이 걸린 것이라고 한다. 나의 10여 년의 생활이 이렇게 암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생겨버린 암을 내 몸에서 제거하고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작은 암까지 없애주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스스로 바꾸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면역세포가 매일 생겨나는 암세포를 이길 수 있도록 나의 일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그 마음을 다잡고 매번 다시 생각하고 깨닫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수술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게 평생 가져가야 할 습관을 만드는 일인 것 같다.
드디어 2박 3일을 입원하여 검사를 하게 되었다. 얼마만의 입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