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물 Aug 10. 2024

세렝게티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무엇일까?

오늘은 에스와티니에서 세렝게티로 들어가는 날이다. 전날 에스와티니 밀리와네국립공원에서 1박을 했기 때문에 공원캠핑장을 출발해 탄자니아 아루샤공항까지 가야 하는 긴 여정이다. 우리는 요하네스버그 OR탐보공항에서 케냐를 경유해 탄자니아에 있는 아루샤공항까지 갈 계획이다. 새벽에 우리는 에스와티니 음바바네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버스 한번 타면 기본이 최소 6~7시간이다. 아이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지루함을 달랬고 나는 아프리카 풍광을 실컷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버스와 비행기를 타고 케냐를 거쳐 아루샤에서 또다시 7시간 정도 차를 타고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이틀 동안 거의 36시간의 대장정이었다. 이 긴 여정가운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대견하게도 아들은 어른도 고단한 여정을 거뜬하게 이겨냈다.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노숙하는 동안 모기에 다리를 온통물리면서도 긴 시간을 잘 버텨냈다.

아들은 자연과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라 어릴적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만 봐왔던 세렝게티에 가는 것을 아프리카 여행 중에 가장 손꼽아 기다렸다. 사실 아루샤공항에서 경비행기를 타면 1시간 만에 세렝게티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하기에 경비를 아껴야 한다. 끝도 보이지 않는 세렝게티 초원을 달리는 동안 어쩌면 아이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또 달리는 동안 우리는 초원을 유유자적 거니는 동물들을 만났다.

수만 마리의 얼룩말 무리들

야생 하이에나 무리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와 다녔던 동물원에서만 보던 것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뛰노는 그들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다. 나는 그동안 인간의 탐욕에 의해 훼손되고 본성을 잃어버린 동물원의 무기력한 동물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나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태어난 존재 그 자체로 수용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동시에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 역시도 그들을 훼방하는 건 아닌지 무척 고민이 되었다. 세렝게티에 머무는 동안 나는 사실 동물들이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 땅에 그저 잠시 다녀가는 손님일 뿐이다. 어쩌면 나 역시 그들을 몹시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불청객일 수 있다. 세렝게티안의 롯지로 향하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마냥 들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세렝게티에서 투어를 담당하며 차량을 운전해 주셨던 기사님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하셨고 동물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그는 동물들이 있는 구간을 지날 때는 그들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속도를 줄였다. 행여 동물들의 눈을 다치게라도 할까봐 어두운 밤에도 라이트는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그는 신기한 동물들을 발견해 여쭤보면 동물도감까지 꺼내서 설명해 주려고 애쓰셨다. 그렇게 우리는 세렝게티를 만났다.




이전 02화 아프리카에선 무엇을 먹고 지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