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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물 Sep 07. 2024

케냐 키베라에서 둠칫둠칫 두둠칫

키베라마을 체자체자 방문기

오늘은 케냐의 빈민촌 중 하나인 키베라에 가기로 한날이다. 케냐는 아프리카대륙 중에서도 gdp가 상위에 있는 나라지만 수도 나이로비를 조금만 벗어나도 빈민가가 많이 보인다. 처음엔 아들을 데리고 키베라에 가는 게 괜찮을까? 싶었다. 케냐에서도 소매치기나 총기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처음에 키베라에 들어설 땐 가방을 앞으로 단단히 메고 잔뜩 긴장한 채 들어섰다.


그런데 막상 키베라마을에 들어서니 무서움보다는 옛날 시골읍내 같은 풍경에 미소가 지어졌다. 카페라기 보단 다방 같은 찻집과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실들이 보인다.

키베라 마을 사람들은 길 가다 만나면 아프리카 특유의 유쾌한 제스처로 안부인사를 건네고 낯선 외국인에게 반갑게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 우리도 예전엔 이렇게 살았는데…’

이제 우린 잘 지어진 세련된 아파트에 살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이웃 간의 정겨웠던 동네문화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키베라마을 한쪽에 세워진 작은 건물 지하로 내려가보니 아이들이 한참 춤연습 중이다. 춤추는 아이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열살남짓의 귀여운 아이부터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십 대 후반 아이들까지 있었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은 자체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디션 순서가 정해지고 다 함께 도전할 춤과제를 음악에 맞춰 연습한 이후에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네다섯명의 아이들의 칼각군무가 이어졌다. 춤을 추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심사위원선생님들의 눈빛이 마치 jyp박진영같이 예리했다.


몸치인 나는 그저 아이들의 몸짓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스우파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보는 느낌이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바이브와 몸에 새겨진 본능적인 리듬감은 자연스럽고 세련되었다.

오디션을 보는 무대 한편에선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춤연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틈에 흥이 오른 아들도 아이들의 안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오디션을 보는 내내 작은 춤연습실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심사를 하는 선생님들의 심사평이 꽤 진지하고 날카로웠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의 표정도 꽤 진지했다.

이 아이들 정말 진심으로 춤을 추고 있구나라고 느껴졌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강도의 총에 맞아 죽고 가난과 배고픔으로 아무런 목적 없이 살아가던 아이들에게 춤은 단순한 유희거리가 아니었다. 삶의 빛이고 유일한 희망이었다. 처음엔 흥겨운 음악에 나도 모르게 즐기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숙연해졌다.

이 단체는 키베라에 있는 체자체자라는 예술교육단체다. 키베라에서 나고 자란 젊은 청년들이 그곳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쳐주며 춤을 통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워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프로그램이다. 그곳에서 교사로 일하는 청년들은 아주 적은 보수를 받고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럼 빈민가 아이들을 모두 댄서로 키우려고 하는 걸까? 그건 아니란다. 빈민가에서 나고 자랐지만 뭔가를 꾸준히 도전할 때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걸 바탕으로 또 다른 새로운 일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돕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이십 대 청년 대표의 눈빛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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