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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Sep 21. 2020

스물여섯 캐나다 영주

첫 책 출판 이야기 (1) 

어느 날,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인 동생이 '브런치'라는 사이트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음대 입시를 준비하며 예술 분야 또한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란 믿음이 있었다. 내가 매일 꾸준히 쓴다면 분명 나의 글은 점점 다듬어지고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일기 쓰듯이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공사다망한 유학생에겐 너무나도 버거운 일인지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내가 어떻게 캐나다 생활을 시작했고, 적은 돈으로 캐나다에서 유학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고 내가 쓰고 있는 내용과 문장, 문법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점점 더 그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자연스레 이 내용을 책으로 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 있다는 출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역시나 거절 이메일만 잔뜩 받게 되었다. 


'차라리 아무 연락도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하루에 5-6통의 거절 메일을 확인하는 일은 굉장히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지는 일이었는데, 어느 날 황당한 출판 제안을 받게 되었다. 초판에 대한 인세가 전혀 없고 2쇄부터 인세를 약간 주는 조건이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자비를 들여 본인의 책을 출판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계약도 공공연하게 많이 이뤄지는 것 같았다. 


고민 끝에 활동하고 있던 시나리오 작가들의 모임 카페에 질문을 하게 되었고, 지금의 출판사 대표님에게 쪽지를 받게 되었다. 브런치 주소를 알려드렸는데 연락이 없었고, 나는 이 일은 거의 잊은 채로 또 다른 도전을 하겠다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올 초에 대표님께 갑자기 연락이 왔다. 출판사에서 영어권 국가로 스스로 유학을 간 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중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중에 캐나다 편을 맡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4명의 공동저자 중 1명이라 해도 내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것이고,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이후에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래. 이렇게 시작하면 다음 책은 단독으로 출판할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계약을 했고, 마침 코로나가 터져 집에서 글만 쓰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른 분들의 원고가 많이 늦어졌고, 대표님과 편집자님의 고심 끝에 '단독 출판'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조금 더 원고를 쓰고, 수정하면서 지금의 '스물여섯 캐나다 영주' 책이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편집자님께서 쓰신 '인생에는 플랜 B가 필요해'라는 타이틀이 참 맘에 든다. 제목과 내용은 나의 캐나다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실패자가 된 내가 내 상황을,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그만 희망도 보이지 않고 절망적이기만 했던 그때의 나는 다음 생이 있으리라 믿으며 이번 생을 스스로 마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미국을 못 가보고 죽는 게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조금은 황당한 이유로 캐나다로 워홀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아주 어릴 때 캐나다 출신 아이돌 가수를 좋아했기 때문도 있었고 다른 영어권 국가에 비해 워홀 비자를 받기가 쉬웠기 때문도 있었지만...


무튼 내 인생 첫 책의 시작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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