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출판 이야기 (2)
4살까지 '엄마'와 '맘마' 밖에 말하지 못했던 나는 말하기와 읽기를 거의 동시에 뗐다고 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동화 테이프를 들으며 책을 보면서 한글을 스스로 깨쳤다. 이것이 아마 내 인생에서 책과의 첫 만남이 아니었을까?
어릴 때 부모님이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셔서 그런지 나 또한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나는 동화보다 위인전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허구의 이야기보다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웠다. '나도 나중에 커서 이렇게 책에 나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음악을 하든 사업을 하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책을 꼭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기승전 출판이다!'라고 할 정도로 책을 쓴 '저자'가 되고 싶었다. 단 한 번도 전업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 막연하게 나는 어떤 일을 하던 책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독립출판, 자가출판이 많지도 않은 시대였는데 왜 나는 작가도 아니면서 책을 출판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는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후,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목표를 잃은 채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평일 6시간씩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는데 이때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했던 것이 바로 '독서'였다. 어릴 때부터 살았던 우리 동네는 '김연아' 만큼이나 도서관이 많다는 점 또한 자랑거리였는데 집에서 가까운 두 군데 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다.
평균적으로 2주에 14권을 읽었다. 하루에 한 권씩 읽은 셈이다. 여행과 자기 계발 관련 서적을 주로 읽었다. 이 당시에 유명한 여행, 자기 계발 책은 거의 다 읽었을 것이다. 틈틈이 글쓰기 책이나 부동산 경매, 영어 공부 관련 책도 읽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목표 없이 살며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치열하게 책을 읽었다. 이 당시의 나는 책 덕분에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책이 나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후 캐나다에서 살면서 독서를 하기가 쉽지 않아 졌다.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기 쉽지 않았을뿐더러 영어로 된 책을 읽으면 독서한다는 느낌보다는 영어 공부하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에 편한 독서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전공 서적을 읽어야 하니 책을 읽는 일은 철저하게 '독서'가 아닌 '공부'가 되었다. 자연스레 책에 대한, 한국어로 쓰인 글에 대한 갈증이 쌓였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능동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내가 그 당시에 느낀 감정과 생각을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글로 적어 두었다. 오래된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고 미소 짓듯이 언젠가 이 글들을 읽으며 기분 좋은 회상을 하게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러다 결국 인생 첫 책 출판이라는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