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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Nov 01. 2020

세상에 선보인 첫 결과물

첫 책 출판 이야기 (3)


무엇인가 ‘결여’되어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아마도 이 책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책에는 화려한 성공담이 없다. 있다면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 어느 사회초년생의 망설임 가득한 출발점이 있다. 이 책에는 이력서에 뽐낼 만한 멋진 경력도 없다.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자기 힘으로 인생을 개척하기 시작한 한 사람의 평범한 목소리가 있다. 우리는 평범함에서 용기를 얻는다.


어느 음대 지망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음대라는 타이틀이자 멍에를 던져버리고 무작정 태평양을 건넜다. 이 이야기는 플랜 B에 대한 것이다. 스물여섯 나이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시작한 끝에 캐나다 영주권을 얻기까지의 인생. 오랫동안 풀 죽어 있던 20대 여성이 어떻게 주변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었는지, 그걸 어떻게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었는지, 그 깨알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글의 끝에서 우리는 남이 규정한 잣대에서 잠시 빠져나와 “나도 할 수 있겠어!”라며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의 보통의 해방감. 이 책은 “나도 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어!”라고 외친다. 그것은 매우 값지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공식적으로 2020년 9월 25일, 내 인생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고 나는 그렇게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남들이 듣고 있다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쳤고, 언젠가 사람들이 들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곡을 썼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요리 영상을 찍어 올렸고, 나 좀 봐줬으면 하는 관종의 마음으로 유튜브도 했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보인 게 없었다. 남들에게 내가 가진 무언가를 보여주고, 공감을 얻고, 나아가서 인정을 받는 일은 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아빠가 서점 재고 상황의 사진을 보내주어 확인해보니 저 멀리 대한민국의 남쪽 어딘가에,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의 서점에도 나의 첫 책인 <스물여섯, 캐나다 영주>가 있었다. 물론 누군가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면 이 책은 어디든지 갈 것이다. 캐나다에 있는 지인들도 이미 책을 받아서 읽어 보았으니까.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발가벗고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책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스타 작가가 된다거나 인세 로또를 맞아서 돈방석에 앉게 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 한마디 해 주고 현재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보다 부모님이 더 기뻐하셨기에 처음으로 효도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긴 했지만...


기분 좋은 꿈을 꾼 것처럼 '첫 책 출판'이라는 일은 출판한 지 한 달 만에 이미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지만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두 번째 책이 나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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