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이스 Feb 01. 2019

역 인종차별주의

역설적이게도 외국 생활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다. 내가 어디에서 살던 나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타지에 나가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나보다 먼저 낯선 땅에 정착한 사람들이기에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이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첫 번째는 정말 못 된 사람들.

아직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어리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못 된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어디에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엄청 잘 대해주고, 도와주고, 정보도 주며 마음을 얻은 후, 주로 자동차나 집 렌트 계약 관련해서 한몫을 챙겨 도망간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 '나 처음 이민 왔을 때가 생각난다'며 잘 대해주면 감사하게는 생각하되 너무 믿지는 말자. 


두 번째로는 오래전 이민 오신 분들.

최근에 한국을 떠난 것이 아닌 오래전에 이민을 하신 분들과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하겠지만, 의외로 많은 문제점들이 이런 교포분들과 나타난다. 그들은 아직도 한국을 60년, 70년대의 개발도상국으로 기억하며, 말 끝마다 한국을 비하하고 후진국 취급한다. 그러고는 어린 유학생들, 갓 이민 온 사람들에게 본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찬양한다. 물론 본인이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며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점은 말 끝마다 '한국은 왜 이래?' '한국은 그게 문제야'라고 말하는 데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떤지 사실 잘 모른다. 몇십 년 만에 고도성장을 이루어낸 우리나라는 그들이 떠날 때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인데, 그들은 아직도 그때의 우리나라만을 기억하며 문제제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빠짐없이 시청하는 역설적인 그들의 모습에, 가끔씩 '저게 설마 내 미래 모습인가' 하는 걱정이 되곤 한다. 


세 번째로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 

확실히 이곳에 정착할 생각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보다는 단기간으로 어학연수, 유학을 온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낼 때,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주로 20대의 어린 친구들은 부모님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무엇을 하던 방해 하는 사람이 없으며, 또 이곳에서 무엇을 하던 한국에서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본인 뿐일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인지 더 감정적이고, 앞뒤 상황 고려하지 않고, 철저하게 이기적이며, 한국에선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본인 인성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과 주파수를 맞추어 같이 어울릴게 아니라면, 이들은 멀리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

흔히들 '2세'라고 말하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나 외국에서 자란, 혹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 겉모습은 한국인이나 속은 사실 외국인인 이 사람들은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세상 어디에나 그렇듯이 착한 2세들도 많다. 하지만 꽤 자주 한국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성장을 끝낸 한국인들과 부딪히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그 원인은, '나는 한국인이야' 라며 한인타운에서 한국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본인들이 불리한 상황에서나 자기변명을 해야 할 때 '이건 여기 문화야' '네가 한국인이라 몰라서 그래' 하는 식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박쥐처럼 바꾸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알고 보면 그들이 말하는 일명 이 곳의 문화 라는건 사실 그들이 만든 자기 합리화를 위한 방패일 뿐, 문화 차이에서 오는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은 본인들이 잘못해놓고 '이건 여기 문화야'라고 주장하며 무조건적으로 '네가 이해해야 한다'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은 한국 이민자들, 유학생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로, 이 곳에 온 지 반년만에 친구들, 한인 사장과 세 번의 갈등을 겪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이 곳은 나와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전부 한국인들과 겪은 갈등이었고, 내가 이 도시를 떠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이후 의도적으로 한국인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한 때는 아는 한국인이 두세명 정도밖에 없어 영어가 한국어보다 말하기 편할 정도였는데, 결국은 극심한 향수병이 찾아왔다. 이 시기를 겪은 후. 다행히도 나와 마음이 잘 맞고, 편한,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비슷한 상황의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 내가 모르는 한국인이 있으면 되려 더 경계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된다. 친구들은 나에게 역 인종차별 주의자라며, 왜 네 사람들을 싫어하냐며 놀리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나는 나 스스로를 지키고 싶기에 앞으로도 계속 조심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과연 안전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