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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Dec 23. 2022

캐나다, 과연 안전한가

2022년 12월 16일. 

약 3년 만에 캐나다로 돌아왔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밴쿠버에서 몇 달 지냈으므로 토론토로 돌아온 건 3년 반 정도 되는 듯하다. 3년 사이에 팬데믹이라는 엄청난 일이 있었기에 도시는 많이 바뀌었으리라 짐작했다. 한국이 그러하듯 많은 식당들이 사라지고 또 새로 생겼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 이제 집에 돌아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듯 익숙하고, 익숙한 듯 낯설었지만 그 느낌이 불편하지 않았다. 


이 도시는 많이 바뀌었으니 조심해라

적어도 세 명의 친구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뭘 조심하란겨.. 예전에도 범죄는 있었고, 정신병자들은 많았고, 가끔 총을 맞고 죽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주변에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잔뜩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건물 뒤 작은 길을 통제해놔서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날 저녁에 그 골목에서 20대 남자가 총을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마약과 관련된 갱스터 집단의 소행이라는 내용이 있었고, 평소에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쁜 짓만 안 하면 이런 일은 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그냥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약 2년이 지나고 다운타운에 있는 어학원에서 근무할 때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한 정신병자가 트럭을 몰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질주한 것이다. 토론토 가운데를 관통하는, 가장 번화하고 중요한, 큰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심지어 한인타운 지역이라 많은 한국인들이 희생 됐다. 그중에는 세네카 컬리지에 다니던 유학생도 있었다던데 내가 만약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다면? 


이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토론토에 남아 있던 한국인 친구들은 길을 걷다가 침을 맞았고, 홍콩계 캐나디안인 친구는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욕설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뉴욕을 포함한 미국 곳곳에서 동양인을 향한 증오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던 터라 역시 캐나다도 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 그리고 얼추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팬데믹이 끝날 즈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입국하고 바로 다음 날, 토론토 북쪽에 위치한 Vaughan 이란 도시의 한 콘도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났다. 73살의 남성이 총을 난사해 무고한 5명의 사람들이 희생됐다. 그리고 같은 날 토론토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서 8명의 10대 소녀들이 노숙자를 칼로 찍어 죽이는 범죄가 일어났다. 그녀들의 나이는 13세, 14세, 16세였다. 단순히 한 명의 어느 미친놈이 범죄를 일으킨 것이 아니었기에, 심지어 이렇게 어린 나이에 그런 무서운 짓을 할 수 있다는 게 소름 돋을 만큼 미친 일이었다.  


기사를 좀 더 찾아보니 지하철역에서 묻지 마 범죄가 종종 일어나고 있었다. 올봄엔 내가 살던 곳의 지하철 역 밖에서 21살 유학생이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그녀는 예전에 학교 근처에서 일어난 사건의 피해자와는 다르게 마약과 연관 되지도, 갱스터와 연결된 것도 아니었다. 


이쯤 되면 캐나다도 미국이랑 똑같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아무나 쉽게 총을 살 수 있다던데 사실 캐나다는 다르다. 엄밀히 말해 총기 소지는 불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대낮에, 지하철 역 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범죄가 일어난다. 환장할 노릇이다. 지구 정반대에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외국어를 쓰며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쉽지 않은 일인데 이제 항상 긴장하며 혹시 일어날지 모를 범죄, 사고까지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니. 아빠가 퇴직하면 부모님을 캐나다로 모시고 오고 싶었는데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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