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이스 Dec 20. 2022

단풍국에서 살려면 각오해야 하는 것

서부에 살던 동부에 살던 캐나다에 산다면 각오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일 뿐 다른 나라의 사정은 잘 모르겠다. 


첫째, 일 처리가 매우 느리고 답답하다.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90일이 지나버려 새로운 카드를 받을 수 없게 되었고, 나는 카드에 남아 있던 금액에 대한 환불 요청을 했다. 카드사로 더 많은 돈을 납부해 버려서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누가 봐도 내 정보를 입력하면 나에게 돌려주어야 할 돈이 바로 확인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을 3번 방문하고, 은행 신용카드 고객센터에 4번의 전화를 했다. 총 통화 시간만 거의 두 시간에 달한다. 그리고 심지어 나는 그 금액에 대한 체크를 받기 위해 다시 한번 더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예전에 잠깐 같이 산 적 있는 한국 언니는 어떤 여행 상품을 결제하고 바로 취소를 했는데 그 여행의 환불을 한 달 후에나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게 다 이런 식이다. 특히 전화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면 잘 받지도 않을뿐더러 '알아보고 올게 기다려' 란 말을 남긴 채 사라지고, 심지어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둘째, 일 처리에 실수가 많다. 

또 은행에 대한 이야기다. 입금을 하기 위해 은행 텔러에게 현금을 주었는데 내가 생각한 금액과 다른 금액이 입금된다며 떠드는 게 아닌가. 정확하게 액수를 확인하고 돈을 준 게 아니었던 지라 그냥 넘어갈 뻔하였지만 순간적으로 전체 얼마에서 뭐 빼고, 뭐 합치고 하면 200불이 넘을 텐데? 란 생각이 들어 미안하지만 다시 확인해 줄 수 있냐 물었더니 엄청 쿨하게 그 금액이 아니란다. 결국 내가 생각한 데로 200불이 넘는 게 맞았다. 황당... 또 한 번은 ATM에서 돈을 인출했는데 그 기계 문제로 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다음 날 계좌를 확인해 보니 돈이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 모든 ATM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돈을 못 받은 사실을 어떻게 확인시키나 싶어 또 두개골이 지끈거렸다.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문제를 얘기했더니 또 굉장히 쿨하게 알겠단다. 그러고 며칠 후 돈이 입금되었는데 웬걸... 전혀 생뚱맞은 액수가 내 계좌에 꽂힌 게 아니겠는가. 어이가 없어서 다시 또 전화를 했더니 미안하다며 차액을 다시 보내준단다. 그래 놓고 며칠 후에 꽂힌 금액은 또 생뚱맞은 액수였다. 하지만 원래 받아야 할 돈 보다 오히려 더 많이 들어와서 그냥 넘어갔다.   


셋째,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어딜 가나 일을 엄청 열심히, 잘하려는 사람도 있고 일을 적게 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 이건 다 케바케, 사바사인데 한국은 일을 적게 하고 싶어도 회사나 상황이 그렇게 할 수 있게 가만두질 않는다면 이곳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본인이 그냥 일처리를 천~천히 하면 결국엔 일을 적게 하게 된다. 왜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도 퇴근시간이 되면 그냥 퇴근하니까. 한국에 있는 내 친구는 어떻게든 야근을 피하기 위해 점심시간에도 일을 한다고 하던데... 캐나다와 한국, 그 중간의 업무 환경인 나라는 대체 없는 걸까? 


물론 이 외에도 음식값에 따로 붙는 세금과 Tip 때문에 너무 비싼 외식비용과 버는 돈 다 그대로 나갈 것만 같은 월세값, 봄과 가을이 없거나 매우 짧은 날씨 등 각오해야 할 게 많지만 (한숨) 그런 것들은 다 금방 적응이 되는 것 같다. 다만 이런 일처리 방식이나 속도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부와 서부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