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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Feb 01. 2019

이민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10가지

하나. 한국음식


-  나는 한국음식 킬러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어도 한식이 좋다. 다문화 도시에 살면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접했지만, 그래도 나는 춥고 비 오는 날 뜨끈한 국물에 말아먹는 밥이 좋다. 그 위에 얹어 먹는 김치가 좋다. 어쩔 수 없다.


둘. 빠른 서비스(빠른 일처리)


- 예전에 알던 언니가 신용카드로 여행상품을 결제한 후, 바로 취소를 했는데 금액이 환불되는 데 이주일이 소요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그 이후에 환불하는 데 있어 일주일 정도 걸린 적이 있는데, 환불뿐만 아니라 모든 업무 처리나 배송이 한국보다 매우 느리다.


셋. 사계절


- 사실 한국처럼 사계절을 다 가진 나라는 흔하지 않다. 물론 봄과 가을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여름과 겨울을 오고 가고, 일 년 내내 더운 나라들에 있어보니 사계절이 다 있고 제철음식, 과일이 있는 우리나라가 그리워진다.


넷. 병원


- 가뜩이나 타지에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병원을 가서 의사를 보려고 해도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고 심지어 응급환자로 응급실에 들어가도 의사를 보는데 5-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친구의 아는 분은 암 선고를 받았지만 예약된 암 수술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암이 퍼져 돌아가시고 말았다. 감기가 너무 심해 찾아 간 의사는 나에게 다짜고짜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니?"라고 물었고, 나는 그 이후로 다신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걸 내가 알면, 내가 의대 나왔게?)


다섯. 동네 친구들


- 퇴근 후, 동네 편의점 앞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릴 수 있는 친구들이 그립다. 이런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도 한 일주일 전쯤 만났던 것처럼 편하고 어색하지가 않다. 나를 나 만큼이나 잘 알고 이해해주는 오래된 친구들이 그립다.


여섯. 쇼핑 (옷, 액세서리, 화장품 등...)


- 한국에 놀러 갈 때마다 예쁜 가방, 구두, 귀걸이, 옷 등을 사서 오는데, 가끔씩 어디서 산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에게 코트 어디서 산거냐 물으며 '제발 아시아라고 하지 마'라고 말할 정도로 아시아, 우리나라는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에 비해 내가 사는 이곳은 쇼핑몰 한 번 나가면 패가망신할지도 모른다.  


일곱. 외식문화


- 툭하면 집에 먹을 게 없고, 대충 혼자서 차려먹는 집밥이 지겹고, 가끔은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 한국은 메뉴도 워낙 다양한 데다 가격도 저렴하니 외식이 쉽지만, 한국이 아니라면 잦은 외식은 몹시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4-5배는 비싼 외식 물가에 눈물을 훔치며 한국에서 살고 싶다 작게 외쳐본다.


여덟. 책


- 나는 책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아무리 영어를 한국어처럼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외국어는 역시 외국어다. 한 마디로 말해 영어로 된 책을 굳이 읽고 싶지 않다. 우선 책값이 비싸기도 하고, 도서관이 한국처럼 크고 깨끗하며 이곳저곳 많지도 않은데, 굳이 영어로 된 책을 사서 읽기가 쉽지 않다. 머리도 쉬고 싶은데,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은 모국어를 아무 생각 없이 술술 읽는 '독서'와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주말에 침대에 누워 한국어로 된 책을 읽으며 힐링하고 싶다.  


아홉. 여행


- 한국에 살 땐 몰랐다. 한국에서 이렇게나 많은 곳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지구 반대편으로 와보니 부산, 대전, 제주 같은 국내 도시들부터 일본, 대만, 베트남 같은 주변 국가들까지 전부 가보고 싶어 졌다. 동남아 도시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을 해도 나는 꿈조차 꾸기 힘든 이야기일 뿐...


열. 부모님 (가족들)


- '소속감'이라는 감정은 과소평가되었다고 생각할 만큼 사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직장에 속한 소속감도 있지만 가족에 속한 소속감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 굉장히 큰 감정이며, 우리에게 상상 이상으로 크게 작용한다. 타지에서 혼자 아등바등 살고 버티며 까맣게 잊고 살았던 가족이라는 존재. 나에게도 가족이 있고,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는데 머리로는 존재의 유무를 알아도 마음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잊고 살고 있었지만, 가끔씩 몸서리치게 그리운 사람들.


https://www.youtube.com/channel/UCX8W1FHVmF1rH3gvdqv2B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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