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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Feb 10. 2019

내가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 10가지 이유

하나. 맑은 공기


한국에 있을 때 비염을 달고 살던 나는 이 곳에 와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기 기운이 있거나 먼지가 아주 많은 곳에 처박히지 않고선 비염이 거의 없었고, 한국의 미세먼지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서워졌다.

가끔은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 탁 트인 자연경관과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힐링이 된다.


둘. 다문화 사회


워낙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 음식에 가까운 수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인도음식, 태국 음식, 폴란드 음식, 에티오피아 음식 등... 굳이 세계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식도락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셋. 남 신경 안 쓰는 사람들


이 곳 사람들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남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gossip 이 많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이 것을 하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이 옷을 입으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남의 시선보다는 내 의견, 취향이 더 중요하니까


넷. 내 시간이 보장되는 직장 생활


소위 말하는 '칼퇴'라는 개념은 이곳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 그에 맞는 단어 조차 없을 정도다.

심지어 5분 10분씩 일찍 퇴근하고, 출근에 늦었다 하더라도 아무도 뛰지 않는다. 출근길에 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지각을 싫어하는 나뿐이었다. 퇴근시간에 퇴근하지 않으면 상사로부터 눈치를 보게 된다. '일 아직 안 끝났어?' '왜 안가?' 등의 질문도 받게 된다.

회사문을 나가는 순간 더 이상 회사일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왠만하면 상사에게 연락도 오지 않는다.

일 년에 정해진 휴가는 아무 때나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 사실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캐나다로 이민 오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섯. 전액 지원 의료비


우선 캐나다는 의료비가 공짜다. 이 것은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부러운 복지 정책, 혜택이며 캐나다인들에게는 가장 큰 자부심 중에 하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점 때문에 캐나다 시민권을 딸 생각이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의료비가 공짜인 점은 좋으나 그만큼 단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내가 아는 동생은 요리를 하다 기름이 심하게 튀어 큰 화상을 입고 응급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6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게 무슨 응급실인가 싶어 욱 하는 마음에 간호사에게 따지고자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에 피를 뚝뚝 떨어뜨린 환자가 앉아 있었고,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암 선고를 받고 수술 스케줄을 겨우 6개월 후로 잡았는데 수술 날짜를 기다리다 갑자기 암이 급속도로 전이되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저렴하지만 빠르고 확실한 한국의 의료 서비스가 나는 더 좋다. 실제로 많은 영주권자들이 아프면 바로 한국행 비행기표부터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점은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이민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여섯. 지리적 위치


북미라는, 미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위치는 애초에 이민을 목적으로 이 곳에 온 것이 아닌 나에게는 이 곳에 계속 머물고, 살고 싶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사실 캐나다와 미국은 엄연히 다르고 너무나도 많은 장단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살면서 자주 미국에 놀러 갈 수 있기에 어릴 때부터 미국의 영화,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듣고, 그곳에서의 삶을 꿈꿨던 나로서는 이민이 거의 불가능한 미국 대신 차선책으로 캐나다만 한 곳이 없었다. 언젠가 미국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계속 여기서 살지, 그것도 아니면 제3의 국가나 한국에서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개인적으로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일곱. 열린 마음의 나라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하지만 막상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면 경계, 견제하고 '왜 우리와 같지 않냐'며 비판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 곳은 장애인, 게이 심지어 동물들까지도 철저하게, 확실하게 권리를 보장받는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는 이유로 비난받고, 차별당하지 않는다.


여덟. 갑을 관계가 없는 사회


한 때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청소 아주머니들께 못되게 군 학생들의 일화가 뉴스를 도배한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학교에서 급하게 화장실을 쓰려다 청소하는 아주머니한테 혼난 적이 있다. 물론 진짜로 혼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얼마 전 봤던 그 뉴스가 떠 올랐다.

내가 학생이고, 상대방이 청소원이라고 해서 내가 나 하고 싶은데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살고 싶지 않아 졌다.

물론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더 누리고, 편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들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진 재물과 명성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그들보다 가진 게 적다고 해서 '을'의 입장이 아니며, 나 자신을 낮출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홉. 영어권 국가


외국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내가 원하는 나라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어디서 살 수 있을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영어권 국가가 아닌 나라에도 이민을 많이 가는 것 같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책을 원래의 언어로 듣고, 읽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어찌 됐던 한국 공교육으로 10년 동안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그나마 다른 언어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믿고 또 믿으며.. 영어권 국가로 이민 결심


열. 이민자의 나라


흔히들 '아메리칸드림'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이민 국가로 미국을 꼽는데 내가 생각할 때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는 맞지만 이민자를 위한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많은 이민자들이 어우러져 만든 이민국가지만 철저하게 돈이 지배하는 그 국가는 한마디로 정의할 땐 '자본주의 국가'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할 때 진정한 의미의 '이민자의 나라'는 캐나다가 아닐까 싶다. 이미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갑자기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더니 반이민 정책을 펼치며 이미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어 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눌 때에도 미국인들은 자기네들이 미국 사람이라는 점만 이야기 하지만 캐나다인들은 보다 자주, 편하게 자신의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는지, 몸속에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의 피가 섞였는지도 이야기한다.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은 불법이고, 더 많은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정책도 계속 만들고 있다. 어차피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이민자로서

살기에 캐나다만 한 나라가 없다고 생각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X8W1FHVmF1rH3gvdqv2B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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