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이스 Mar 15. 2020

이민의 목적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만난 한국인 남자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은 캐나다 오기 전까지 캐나다가 영어를 쓰는 국가인 줄도 몰랐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겼는데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캐나다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도 몰랐는데 그저 유학원 추천으로 이 먼 곳까지 온 거였다. 

의외로 캐나다가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는데도 유학원, 이주공사에서 추천해줘서 선뜻 나라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보다 조금 나은 경우는, '주변에 누가 갔는데 좋다더라', '캐나다가 이민을 많이 받아준다더라' 하는 식의 '카더라' 소문을 듣고 결정하는 경우인데 나로서는 이런 경우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 번은 캐나다란 나라를 모른 채로 한국에서 캐나다 남자와 결혼하여 캐나다에 온 경우도 봤는데, 이 경우도 적응하느라 힘든 건 마찬가지다.


나 역시 '캐나다나 미국이나 같은 북미국가니까 비슷하겠지' 하는 아주 큰 착각을 가지고 워홀 비자를 받아 처음 이 나라에 왔다. 사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미국 문화에 심취하여 외국에서의 삶을 꿈꿨다. 초등학교 땐 캐나다 출신 4인조 밴드를 좋아했는데 그들로 인하여 캐나다란 나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이 경우는 캐나다란 나라를 전혀 모르고 오는 것만큼이나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캐나다란 나라에 대한 환상보다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착각이 이후 캐나다 생활을 더욱 힘들게 했는데 사실 워홀로 캐나다에서 1년을 살았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하는 데는 더 긴 시간과, 더 큰 고민이 필요했다. 하물며 캐나다에서 단 며칠조차 살아보지도 않고 한국에서 덜컥 캐나다 이민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캐나다에서 얼마나 큰 '현타'가 올까? 걱정되는 맘과 함께 그들의 용기 또한 부럽기도 하다. 


학교를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에는 나처럼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보다 5살이 많은 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오빠는 본인이 먼저 캐나다에 와서 먼저 와 있는 동생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본인이 직접 상황을 보면서 이민 계획을 세우고 이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 부인과 자식들을 불러서 같이 살고 있는 케이스였다. 그 오빠와 함께 일할 땐 우리의 대화 주제는 언제나 이민 관련이었는데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토론토가 속해 있는 온타리오 주는 이민이 가장 어려운  주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주 이동 이야기를 많이 했다. 


본인이 미리 많은 것들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다 세우고 이민을 준비 중임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옮기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할 만큼, 도시에서의 삶은 각박했다. 가족이 이민한 경우의 인터뷰들을 보면 이민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 가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지만 무조건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오빠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만큼이나 아이들을 볼 시간이 적었고, 실제로 많은 이민 1세대들이 편의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며 힘들게 정착했다. 


가족이 함께있던 혼자던지 간에 외국이라고 무조건 여유 있는 삶을 산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한국에 있어도 귀농을 하여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다만 외국이라면 '젊은 나이에 여유 있게 사는 것'에 대해 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선택과 실행이 수월하다는 장점은 있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만약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의 삶을 계획하는 이유가 '한국 사회보다 덜 경쟁적으로 살고 싶어서', '보다 더 여유 있게 내 시간을 갖고 살고 싶어서'등의 이유라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히려 '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내가 가진 직업이 외국에서 더 인정받아 경제적으로 유리해서', '이민한 친척이 있는데 같이 살고 싶어서' 등의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 10가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