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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Jul 17. 2019

나의 타지생활 6년

내가 겪은 캐나다

1월 말,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캐나다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영주권이 진행 중이었기에 다시 한국에 정착하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또 언제 다시 캐나다로 돌아갈지도 미지수였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도 없이,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한국행을 덜컥 결정한 것이었다. 물론 고연봉의 좋은 직장에서 일하던 게 아니어서 더욱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고, 가정은 커녕 남자 친구도 없었기에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었다.  



타지에서 혼자 아등바등 5년을 꽉 채워 살았으면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둥바둥이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지난 5년의 타지 생활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들 정도로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며 또 그로부터 배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견뎌내야 하는 것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몫이었다. 



흔히들 '유학'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면 크게 두 가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미국 뉴욕이나 엘에이 지역에서 유창한 영어실력과 당당함으로 무장한,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학생. 또 다른 하나는 유럽에서 예쁘게 옷을 입고 주말마다 브런치를 즐기며 유럽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햇살 아래 피크닉을 하는 유학생이랄까?



하지만 현실은 한국에서 내 친구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자유롭고 즐겁지 못했다. 어쩌면 캐나다 그것도 토론토라는 이 도시의 특성과 영어실력도 경제력도 넉넉하지 않은 유학생으로서의 신분, 여기에 나 스스로를 못 살게 구는 못난 성격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나만의 지극히도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참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산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주 20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보태고,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부를 해야 하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더군다나 토론토에서 산다는 것은 겨울이라는, 1년에 6개월이 넘는 몹시 춥고 햇빛이 없는 날씨를 견딘다는 의미다. 잔디밭에 누워 따뜻한 혹은 강렬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2-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바람에 강하고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4-5개월도 가능하겠지만...



그래서 여름만 되면 주말마다 공원으로, 카페나 식당의 야외 테이블로, 워낙 큰 호수에 붙어 있는 해변 아닌 해변으로 나갔다. 주말엔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며 수다를 떨고, 가끔은 혼자 아주 작은 극장에서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기도 했다. 카페에 앉아 과제를 하다가도 창 밖으로 지나가는 잘생긴 남자에 나도 모르게 괜스레 흐뭇해지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신나게 하우스 파티를 하며 나름대로 그 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내 인스타그램에는 당연히 이런 사진들만 있다. 



워홀러, 관광객, 유학생을 거쳐 외국인 노동자까지... 

내 신분에 따라, 이 곳에서 지낸 세월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 해도 내가 대처하는 방법과 자세,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다 달랐다. 이제 내게 다시 주어질 그 먼 곳에서의 시간은 유학생이 아니라 이민자의 삶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새롭고도 익숙한 삶을 다시 시작할 신체적, 정신적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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