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Top10
내가 사는 토론토의 한식당의 가격이 3년 만에 미친 듯이 올랐다. 다른 외식 가격도 많이 올랐다. 예를 들어 일본 라멘이 한 그릇에 $10이었는데 지금은 $18 정도이다. 다만 한식당은 워낙 저렴했기에 그 체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10년 전,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감자탕이 $7.99였다. 즉 8불에 세금과 팁을 합쳐도 10불이면 충분했다. 현재 감자탕은 $16에서 $18 정도이고 여기에 세금과 팁이 붙는다. 라멘이 2만 원인데 감자탕도 2만 원인게 비싼 것 같진 않겠지만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고기가 1킬로에 3불이라던가.... 좀 치사하게 많이 올랐다. 외식을 자주 하면 절대 돈을 모을 수 없다. 그래서 난 주로 집에서 요리를 한다. 나는 요리를 워낙 간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편이라 그냥 뚝딱뚝딱하다 보면 요리가 완성된다. 내가 집에서 자주 해 먹는 야매요리를 소개한다.
1. 연어 미역국
돈을 아낀다더니 뭔 연어야. 싶겠지만 함께 사는 짝꿍이 일하는 곳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남은 연어회를 가지고 온다. 그럼 그걸 다 먹지 못하니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날 연어 미역국을 끓인다.
연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볶는다. 연어가 익으면 불린 미역과 물을 넣고, 국간장과 멸치액젓을 넣고 푹~ 끓인다. 기호에 따라 양파, 다진 마늘, 소금 등등을 넣으면 된다. 나는 종종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주신 마른 새우를 넣는다. 개인적으로 소고기 미역국보다 훨씬 더 맛있다.
2. 펜네 파스타볶이
떡과 어묵은 사치품이다. 펜 모양의 펜네 파스타를 한 번 삶아 옆에 두고, 팬에 고추장 양념을 너무 묽지 않게 만든다. 삶은 펜네 파스타와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을 털어 넣고 졸이면 된다. 파는 꼭 넣으시길 추천!
3. 파닭 전
한국도 치킨값이 많이 올랐다던데 우연히 펀스토랑에서 이찬원이 만들었다는 파닭 전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 봤다. 전분가루가 없으니 그냥 부침가루로 했는데도 맛있었다. 반죽에 파를 가위로 송송 썰어 넣고, 잘게 자른 닭고기를 넣는다. 팬에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센 불로 전을 부치는 게 포인트! 그래야 바삭바삭하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없다면 튀김가루를 살짝 섞어도 된다!
4. 파김치
파김치를 만들려고 블랜더 (한국어로 믹서기)를 샀을 정도로 파김치는 만들기가 쉽고, 맛있다! 한인마트에 한 번 갔을 때 대량으로 파는 파를 산다. 큰 양파 반 개, 사과 반 개를 넣고 갈아주는데 퍽퍽해서 잘 안 갈리면 액젓을 조금 넣는다. 다 갈아지면 액젓을 더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잘 섞어준다. 너무 싱겁거나 짜지 않은지 간을 살짝 보고 파에 버무린다. 2-3일 후에 꺼내보면? 캬! 내가 언급한 재료 외에 다른 재료는 필요하지 않으니 괜히 풀 쒀서 넣야 하는 거 아냐? 다진 마늘 넣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혼자 판단해서 넣지 마시길.
5. 누룽지 + 오차즈케
나 하나 먹을 건데 밥을 하기가 너무 귀찮을 때가 많다. 그리고 난 누룽지, 죽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한국에서 누룽지를 잔뜩 싸 왔다. 구수하긴 한데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누룽지를 어떻게 맛있게 먹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바로 오차즈케! 평소처럼 누룽지를 다 끓여서 그릇에 담은 후에 오차즈케 가루를 위에 뿌리면 된다. 누룽지의 구수함, 고소함과 오차즈케의 맛있는 짠맛이 어우러져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6. 감자 계란국
현지 마트에서 파는 재료로 쉽게 끓일 수 있는 감자 계란국. 감자를 반달 모양으로 썰어서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어주고, 냄비에 물, 감자, 양파, 파 (있으면), 코인 육수(진짜 있으면)를 넣고 끓이다가 액젓, 소금으로 간 해주고 마지막에 계란 풀어서 원을 그리며 국에 넣어주면 끝! 이 얼마나 간단한가!
7. 특제 라면
앞에서 언급했듯 라멘 한 그릇을 먹으면 2만 3천 원 정도 내야 하기 때문에 둘이면 5만 원이 넘게 깨진다. 하여 나는 집에서 일본이나 한국 인스턴트 라면을 이용해 만든다. 양배추, 양파, 있으면 애호박을 넣고 팬에 기름을 둘러 볶는다. 간은 따로 안 해줘도 되는데 후추정도는 뿌려준다. 라면을 끓여서 냄비에 담는다. 그 위로 볶은 야채들을 토핑처럼 얹는다. 삶은 계란을 반 잘라서 올려주고 파채 칼을 이용해 파채를 만들어서 올려준다. 그 파 위에 시치미를 톡톡! 얹어주면 비주얼도 완벽한 라면 완성!
8. 칼칼한 간장 스파게티
예전에 애슐리에 가면 3-4가지 종류의 스파게티가 있었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간장양념 같은 소스였는데 이름이 오리엔탈 스파게티였나? 그랬던 것 같다. 집에 토마토나 크림소스가 없고, 마늘도 없고, 파스타 면만 있을 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스파게티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양파(는 집에 항상 있어야 함)나 다른 야채들을 넣고 볶다가 (추천 야채는 피망이다.) 간장을 반 컵 조금 안 되게 붓고 살짝 끓인다. 삶은 스파게티면, 굴 소스 반 숟가락, 매운 칠리페퍼 가루를 미친 듯이 탈탈탈탈! 털어 넣어 볶는다. 간장과 스파게티 양에 따라 간이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 살짝 싱겁거나 감칠맛이 부족할 것이다. 멸치 액젓을 넣어 간을 맞춰준다. 물론 고추가 있다면 넣어주면 좋겠지만 주로 없으니 다른 매운 야채 (예를 들어 할라피뇨)가 있다면 넣어주면 된다. 칼칼한 간장맛과 감칠맛이 이 스파게티의 핵심!
9. 칼국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면은 칼국수면이다. 그 어떤 면도 칼국수를 따라잡을 수 없다. 나는 주로 육수 코인과 애호박, 양파를 넣고 끓이다가 면을 넣기 직전에 찬 물에 한 번 씻어서 넣고 국간장과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춰 먹는 것을 좋아한다. 다진 마늘은 있으면 좋고, 후추는 꼭 넣어줘야 한다. 아니면 코인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1:2 비율로 풀어 면을 넣고 장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장 요리를 할 땐 다진 마늘은 필요 없고, 대패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있으면 좋다.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매운 양념을 만들어 익힌 칼국수면에 비벼 먹어도 맛있고, 기름을 두른 팬에 칠리페퍼를 왕창 넣고 팔팔 끓이다가 그 기름을 익힌 면에 부어 소금 간을 해서 먹어도 맛있다. 최고의 국수, 칼국수! 사랑해요, 칼국수!
10. 야채볶음
마라샹궈를 먹고 싶은데 맛있는데도 없고 외식하기 싫을 때 주로 만들어 먹는 요리다. 냉장고의 있는 야채들을 모두 털어 넣어줘야 하고, 두부랑 대패 고기가 있으면 좋다.
팬에 오일을 넉넉하게 두르고 파와 칠리페퍼 (피자 먹을 때 위에 뿌리는...)를 듬뿍 한 숟가락 넣는다. 기름이 보글보글 끓으면 두부, 고기, 야채들을 넣고 볶는다. 얼추 볶으면 재료를 가장자리로 빼고 가운데에 간장을 넣고 잠깐 끓여준 후에 야채와 섞는다. 굴소스 반 숟가락을 넣고, 액젓 살짝 넣어 간을 맞추고, 그릇에 담아 깨를 위에 톡톡 부려준다! 조금 한국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참기름을 넣어줘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