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와 어울리며 친하게 잘 지내던 이 동생은 이미 2년 전, 다른 한국인 친구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었다.
내가 사는 이 도시는 관광뿐만 아니라 어학연수, 단기 유학, 워홀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가 또 그만큼 쉽게 금방 떠나는 곳이다. 나 또한 이 곳에 살면서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약속하며 그들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이런 잦은 만남과 이별에 적응이 되어 더 이상 부질없는 약속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이별은 달랐다.
'너는 너의 삶이 있고, 네가 원하는 곳에 가서 사는 거니까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만약 기회가 되면 다시 보면 좋겠다.' 정도로 쿨하게 작별인사를 건넬 수 있는 그런 이별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은 이제 한국인들을 너머 많은 외국인들도 알고 있을 만큼 많은 한국인들, 특히 젊은 한국인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원인이 사회적 구조에 있다고 믿어 왔는데 어째서 이렇게 먼,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물론 한국인들만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몇 달 전 아는 언니로부터 우리가 함께 아는 한 대만 친구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친구의 대만인 룸메이트가 얼마 전 자살을 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대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사람이 그렇게 떠났을 때, 남아 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그 슬픔의 무게는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두배 혹은 그 이상 가중된다.
나는 요즘도 가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순간 꼭 그래야만 했던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더 안타깝고, 슬퍼진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언제든지 내게 연락해 그 마음의 무게를 나누어 주면 좋겠다. 비록 그 아이는 놓쳤지만 부디 앞으로 이런 식의 이별은 다신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