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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Mar 24. 2019

운과 실력 그리고 장점과 단점

주저리주저리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립니다. 손재주가 없어서 만들기도 잘 못해요.

그림을 못 그리니까 당연히 화장도 못 합니다. 사실 화장 한 얼굴과 안 한 얼굴이 크게 차이가 없어요.

저는 정리정돈도 참 못 합니다. 쓴 물건 제자리에 잘 접어서 깔끔하게 넣어두는 게 머리로는 쉽지만 그렇게 행동하기가 어려워요.

끈기가 없어 뭐든 금방 싫증 내는 편이라 시작을 한지 얼마 안 돼서 흐지부지되는 게 너무 많았어요.

어릴 적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한 편이라 자존감도 낮았는데, 성격까지 다혈질이라.. '나는 왜 이렇게 단점 투성이 인가' 생각하며 살았죠.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명문대생이 썼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본인은 열심히 공부해서 소위 남들이 말하는 명문대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개인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버는 게 좀 억울하다는 식의 글이었죠.

그 글을 쓰신 분이 열심히 공부를 해서 명문대에 간 건 박수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명문대를 졸업하면 좋은 직장과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고,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보다 돈을 잘 벌거다'라고 누가 말했죠? 그분은 왜 본인이 명문대를 나왔으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연히 돈을 더 잘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 까요?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죠. 가끔 그렇지 않은 상황도 종종 있지만 그런 역차별이 없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잠도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명문대를 졸업해서, 공부하지 않고 열심히 젊음을 즐긴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은 공평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과연 명문대를 진학한 학생들만 열심히 노력한 걸 까요?

똑같이 잠도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혹은 더 열심히 공부했지만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떻게 그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또, 환경이 어려워서 잠도 못하고 놀지도 못했지만 공부 대신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던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명문대에 진학한 그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더 노력하고, 더 실력이 좋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똑같이 출발선에 서서 입시라는, 취업이라는,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시작했다고 우리는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를 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남들과는 다른 점을 찾으신 거죠. 사람에 따라 그 차별화는 공부일 수도 있고, 예술일 수도 있고, 유머러스한 말투일 수도 있고, 먹방일 수도 있어요.

과거시험을 보고 관직에 오르는 것만이 입신양명의 길이었던 조선시대부터 꾸준히 사회는 변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화장을 잘하고, 춤을 잘 추고, 옷을 잘 입는 것도 직업이 되며, 운동이라던지 여행, 음식 같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입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제가 남들보다 좀 잘하고, 또 좋아하는 게 음악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음악이 유일한 꿈이고 목표였습니다.

음악을 제외하고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음악 없는 저의 삶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꿈이 좌절되고,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저는 크게 방황하고 길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학교에 교과목으로 정해진 과목 중에 음악을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것일 뿐,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은, 꿈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책도 쓰고 싶었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었고, 장사도 하고 싶었고, 영상도 찍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꿈들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학교 시간표에 들어있던 교과목이 아닌 더 많은 분야들을 알게 되면서 더 많아지고, 꿈이 아닌 목표로서 구체화되었습니다.


앞서 저의 단점들을 전부도 아닌 일부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요리를 잘합니다. 간도 두 번 세 번 맞추지 않고 눈대중으로 딱 맞추고, 어려운 요리도 쉽게 뚝딱뚝딱 만들어냅니다.

언어에 대한 센스도 좋습니다. 눈치도 빠른 편이고, 악기를 배울 땐 남들에 비해 더 빨리 배우는 편입니다.

어릴 적부터 상상력이 풍부했고,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사람이 많은 모임에 가면 그중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아닌 가장 웃긴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단점들을 더 이상 되뇌며 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진 장점들만 생각하며 삽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존감도 높아졌고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더 이상 제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또 오해영"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학창 시절부터 이름이 같은 예쁜 오해영의 비교 대상이 되고, 차별대우를 받아온 주인공 오해영은 이렇게 말합니다.

"난 내가 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지구 상에 단점이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없애는 것은 어쩌면 다시 태어나는 게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지구 상에 장점이 없는 사람 또한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이 운 좋게 갖게 된, 그리고 이후 노력을 통해 향상된 장점들에 의해 단점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특이한 것이 곧 특별한 것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진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단점이 아닌 장점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그 장점들을 활용해서 남들과는 다르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이 진정으로 성공하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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