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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Mar 31. 2019

2-7 Business 전공은 무덤 파기?

2장. 왜 캐나다인가?

하나. 캐나다에 남기로 결정했다.

둘. 이곳에 어떻게 남을 것인가 생각하다 컬리지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셋. 시간과 돈이 없으니 3년보다는 2년, 코업(Co-op) 프로그램보다는 코업 과정이 없는 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넷. 위치가 가까운, 토론토 중심부에 위치한 학교인 조지 브라운(GBC)에 자체 시험을 위한 원서를 써 보기로 했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막상 캐나다에 남기로 결정하고 나니 그다음 단계들은 굳이 선택을 할 필요 없이 술술 잘 풀렸다. 토론토에서 더 살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정해지자 나머지 문제들은 알아서 해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컬리지 원서를 쓰려고 보니 지원할 과를 정해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고 싶은 게 딱히 없었다. 


이맘때쯤 친구 추천으로 또 다른 유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를 상담해 주시던 부원장님께서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세 가지 과를 알려주셨다. 학교에서도 잘해야 하지만 졸업 후 취업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 선택은 매우 중요했는데, 외국인으로서 무엇을 하던 캐네디언들보다 영어가 부족하므로 기왕이면 언어가 중요한 학과보다는 기술이 더 중요한 학과가 더욱 취업에 유리했고,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그런 과를 선택했다.


첫째는 간호학과. 물론 공부할 땐 힘들겠지만 졸업 후 취업이 다른 과보 다는 더 보장되어 있다.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직업군임은 물론이고 시급도 센 편이다. 영주권을 취득한 후 다시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졸업 후에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비위가 약하고 피를 못 본다는 것. 옆에 있는 사람이 피를 흘려도 내가 아픈 스타일이라 나에겐 맞지 않는 과였다. 


둘째는 유아교육과. 이 역시 간호학과와 마찬가지로 졸업 후 취업이 쉬운 편이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직업군이다. 내가 가고 싶어 하던 조지 브라운 컬리지는 근처에 위치한 라이어슨 대학교 (Ryerson University)와 연계가 되어 있어 유아교육과 학생들에 한해 컬리지 학비를 내고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한국에서 5년이나 유치원&학원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직업의 힘든 점을 너무나도 잘 알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물론 한국보다 근무 환경은 훨씬 좋겠지만 내 인생이 똑같이 흘러갈 것 같아 싫었다. 


마지막은 요리학과. Culinary Arts라고 부르는 이 전공은 특히 조지 브라운 컬리지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자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투자도 많이 하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좋은 전공이었다. 더군다나 딱히 못 하는 요리가 없고 눈대중으로 간도 잘 맞추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요리를 즐겨하는 내게는 다른 두 전공보다 더 나은 선택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내가 먹기 위한 요리를 즐기는 내가 오직 손님을 위해 요리를 하고 또 오랜 시간 서서 주방에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가끔 취미로 요리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직업으로 할 만큼 그 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한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세 가지 학과를 모두 포기했다. 아무리 캐나다에 남기 위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돈을 주고 배우는 게 있어야 했고, 졸업 후 취업도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특정 직업군중에 내가 배우고 싶은 일은 없었고 영주권과 상관없이 배우고 싶은 것도 없었다.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유학원에서 나와 집에 가는 길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나 자신에게 물었지만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유학원에서 받아 온 학교 팸플릿을 펼쳐보니 맨 뒷장에 개설된 전공과목들이 표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무식하게 볼펜을 들고 싫은 학과들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유아교육과 지우고 요리나 베이킹과 지우고 토목, 건축 쪽도 지우고 호텔 관련 전공도 지우고 나니 남는 것은 Business 관련뿐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마케팅과'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번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꽤 흥미로웠던 기억이 갑자기 생각났다. 사실 공부하기 싫은 과들을 다 지우고 나니 그거 하나 남아 다른 선택 사항이 없기도 했다. 


다행히 코업 없는 2년짜리 프로그램이 있어 유학원에 연락했더니, 마케팅만큼 영어가 중요한 전공이 또 없으며 4년이 아닌 2년을 공부해서는 마케팅의 '마'자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며 나를 말렸다. 나 역시 졸업 후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혹시라도 졸업 후 다시 한국에 가서 살게 된다면 그때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했고, 또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마케팅 지식을 쌓아놓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졸업 후의 일은 나 하기 나름 아니겠냐며 큰소리를 쳤고, 두 학교에 마케팅 과로 원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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