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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Mar 31. 2019

2-8 두 달간의 에세이 개인과외

2장. 왜 캐나다인가?

이제 원서를 썼으니 입학시험을 준비하면 된다. 지원하는 전공과목마다, 본인의 고등학교 성적에 따라 시험이 조금씩 다른데 나는 영어와 수학 시험을 봐야 했다. 수학의 경우 난이도가 매우 쉬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지만 워낙 숫자를 싫어하는지라 '수학 때문에 떨어지면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하겠냐' 생각하며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기본 수학 공식들을 훑어보았다. 영어 시험은 독해와 작문시험으로 나뉘었는데 문제는 작문이었다. 아이엘츠 작문 시험과 비슷하게 형식에 맞춰 300자 내외로 글을 쓰면 되는 거였는데 한 번도 이런 종류의 시험을 준비하거나 영어로 작문을 많이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운 시험이었다.

한국인 커뮤니티 카페인 '캐스모'에서 개인 과외를 알아봤다. 그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글을 골라 연락을 하고 만나기로 했다. 선생님은 젊은 한국인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함께 이민 왔고 최근에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 좋아 일주일에 두 번씩 에세이 과외를 받기로 했다. 


에세이(Essay)는 주어진 질문에 나의 의견을 형식에 맞춰 적으면 되는데, 형식은 서론(Introduction), 본론 (Body),  결론 (Conclusion)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체 시험에선 '300자'라는 단어 제한이 있기 때문에 A4용지 한 장 정도의 길이로 적으면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에세이에서 쓰면 안 되는 단어들을 공부하고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표현들과 문장들을 외웠다. 에세이가 뭔지도 모르던 사람이 고작 두 달 만에 주 2회 수업으로 컬리지 입학시험을 본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거의 6개월을 과외를 받으며 공부를 하는데도 시험을 보기 위한 충분한 실력이 안 되는 학생들이 많다는 말에 겁이 났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어학원에서 패스웨이 프로그램을 하는 많은 학생들이 중점적으로 배우는 게 바로 이 에세이다. 


상황과 조건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워낙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간이 아니었던가!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몇 번 에세이를 쓰면서 선생님께 교정을 받고, 잘 쓴 에세이 샘플을 찾아보면서 좋은 문장들은 통째로 외워 버렸다. 한 달이 지나자 그럴싸하게 그런 에세이들을 흉내 내며 쓸 수 있게 되었다. 두 달 만에 시험을 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특이한 나의 영어실력 때문이었는데, 선생님은 내게 내가 쓴 에세이에는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없어도 많은 학생들의 에세이에서 나타나는 번역 느낌의 영어 문장이 없다며 신기해하셨다. 제대로 영어 시험 준비를 한 적이 없어 어휘가 많이 부족했어도 어릴 때부터 가끔씩 영어로 생각하고, 대화를 할 때도 한국어로 생각하고 바꾸는 게 아니라 틀린 문법이라도 영어 단어부터 말하는 덕에 글에서도 한국어로 문장을 만들고 영어로 번역한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별로 없었나 보다. 다행히 부족한 어휘력은 각 분야별로 어려운 단어들을 외우면 금방 해결되었다.   


결국 고작 8개의 에세이를 써 본 후, 선생님과 유학원의 우려를 뒤로 하고 두 학교에서 자체 시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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