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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Apr 01. 2019

2-9 투자상품으로써의 나

2장. 왜 캐나다인가?

2015년 가을. 일주일에 두 번 컬리지 입학 자체 시험을 위한 에세이 과외를 받으며 틈틈이 친구들도 만나고 토론토에서의 생활을 즐겼다. 만약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더 이상 토론토에서 아니 캐나다에서 살 일은 없을 것이다. 마침 하우스 2층에서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며 살았던 일본계 캐네디언인 친구가 주말이면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도 하고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전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잠시 알고 지냈지만 다시 멀어지고, 친하게 지냈지만 헤어져야 하는 수많은 만남들을 가지면서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무너지고 상처받고 그랬었지만 이 즈음엔 이곳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 오래 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름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몇몇의 친한 친구 그룹을 만들어 함께 어울리는 일은 더 재밌기도 했지만 간혹 그중 한 명이 본인의 나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다른 친구들이 있고,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으므로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좋았다. 


혹시 자체 시험에서 떨어지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친한 친구들과 부모님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에겐 알리지 않고 준비했다. 이미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한 경험과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친한 언니가 '웬만해선 국제 학생들 다 합격시켜 준다더라'는 말을 해줘도 내가 그 대다수의 합격생 중 한 명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내가 계획한 데로 흘러 오지 않은 인생이었다. 유일하게 내가 계획한 데로 된 게 있다면 나에겐 나름 큰돈의 목돈을 모은 일뿐이었는데, 시험에 합격하여 컬리지를 가게 된다면 그 돈은 모두 사라질 예정이라 그 사실도 나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졸업 이후 워크퍼밋과 영주권까지 보고 나 자신에게 투자를 한다 했지만 과연 나란 인간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무리 투자 가치가 충분하더라도 자신이 이룬 모든 것, 자신의 전재산을 투자하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시험을 안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합격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게 되더라도 절대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고, 1년 전 독일 워홀이라는 플랜 B가 있었기에 캐나다 워홀 비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컬리지에 그렇게까지 가고 싶은 건 아니야', '만약 안 되면 아까운 돈 쓰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겠지', '독일 가면 그만이야'라고 간절하지 않은 척 스스로 되뇌며 쿨한 척을 했다. '합격하게 되어도 입학 여부는 언제라도 다시 결정할 수 있으니 우선 시험부터 보는 것이다', '결과 보고 다시 생각할 것이다'라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선택이 옳은 건지 묻는 나 자신에게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 드디어 시험 날짜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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