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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쓰 Apr 07. 2019

3-5 전 세계 어디서나 그룹과제는 문제다.

3장. 좌충우돌 컬리지 적응기

캠퍼스 생활을 그린 한국 드라마에서 그룹 과제, 일명 팀플 중 과제를 시키기만 하고 사라진 주인공의 선배를 보며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마냥 신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곳 캐나다에서 그런 사람을, 아니 그보다 더 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 그때는 상상도 못 했었다.


컬리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어른들도 있고 심지어 등록만 해놓고 안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에 안 나오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며 여기에 개강 첫 주가 지나고 다른 수업으로 바꾸는 학생들까지 고려하면 개강 때의 학생 수보다 실제로 학기 중에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 수는 현저하게 적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첫 주에 과제를 위한 조를 짜는 것이 가장 위험한데, 팀원 중 1-2명은 그 수업이 지난 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해진 양이 있는 과제의 경우 증발해버린 사람의 몫까지 다른 팀원이 더 해야 한다. 만약 6명이 최대 인원인 팀 과제가 있다면 주로 2명에서 6명까지는 자유롭게 팀을 짤 수 있기 때문에 2명인 팀은 6명의 몫을 해내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양이 많아지더라도 마음 맞는 적은 인원의 팀을 선호하기도 한다.  


수업에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끼리 한 팀이 되어도 문제는 여전히 많다. 

본인이 맡은 부분을 너무나도 성의 없게, 짧게 준비하는 사람들은 둘째치고 일정 기한까지 본인의 몫을 보내기로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들과 심지어 발표 당일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의외로 많은 캐네디언 학생들이 요점 파악을 못 하고 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팀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 경우 '그게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자신 있게 말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캐네디언이 아닌 국제 학생들끼리 같은 팀을 할 경우엔 부족한 영어를 보완할 수가 없으며 발표가 포함된 과제의 경우에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꼼꼼하고 성실한 동양인 학생들과 약간의 적극적이고 똘똘한 캐네디언 학생들이 섞인 팀을 가장 선호했는데, 실제로 그런 팀을 만들었을 때는 별 어려움 없이 과제를 마칠 수 있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 대학교에서 이뤄지는 팀 과제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얄미로운 팀원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캐나다에선 선배와 후배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선배라고, 혹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그 사람 말을 따를 필요가 없다. 너무 성의 없는 과제를 제출했을 경우엔 다른 팀원들이 다시 할 것을 통보하는데 이 경우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함께 준다. 과제를 제출 한 이후에나 혹은 과제를 제출하는 동시에 각자 다른 팀원들에 대한 평가(Peer assessment)를 제출한다.


한 번은 5명의 팀원들과 과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미 각자 역할 분담을 끝낸 후 정해진 날짜에 대표에게 보내면 그 친구가 모든 자료들을 합치고 정리해서 제출하기로 모두 합의했기에 개인 과제인 것처럼 내가 맡은 부분만 잘하면 되었다. 그런데 본인 부분을 보내기로 한 날, 한 남자애가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고 과제를 모아서 정리하기로 한 친구가 저녁까지, 다음날까지, 그 주 금요일까지로 세 번의 기회를 더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본인 몫은 보내지 않은 채 온갖 변명만 늘어놓았다. 결국 우리는 그 부분을 나눠서 한 후 그 아이의 이름을 명단에서 지워버렸다. 

팀원 평가서에 0점을 준 것은 물론이었는데 정작 그 아이는 수업에 와서 몹시 억울해했다. 아마 교수에게 다른 기회를 얻어서 겨우 학점은 받았을 것이다. 

이 곳은 본인 몫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이름을 빼 버리고, 어느 누구도 '너무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대로 하지도 않고서 다른 팀원들 덕에 좋은 학점을 받는 '무임승차' 학생이 없어 좋다.


그래도 사라진 학생과 연락이 안 되는 문제도 있고, 서로 자기주장이 강해 논쟁도 잦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스트레스받는 거 보면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유일하게 그룹 과제와 그룹 실험이 즐거웠던 Organizational Behavior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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