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좌충우돌 컬리지 적응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 다녀와서 잠시 향수병이 왔었고 그 이후에도 기분 전환할만한 일이 없었어서 그다지 기쁘고 행복한 나날들은 아니었다. 한국이라면 날이 풀려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 왔지만 토론토는 4월 말까지 눈폭풍이 오는 관계로 여전히 춥고 햇빛은 없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든 결국 시간은 흐른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은 이유는 곧 내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학교는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라 바쁘지 않았다. 그래도 작년처럼 크게 생일파티를 열고 싶지는 않았다. 이곳에 워홀러로 있었던 작년에는 사람이 없는 술집에서 내가 아는 모든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그 친구들이 데려온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재밌고 신나게 하루를 보냈었다. 너무 즐거워서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부모님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처음으로 타지에서 혼자 생일을 맞은 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셨단다.
아무튼 그런 파티를 한지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생일이라는 게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굳이 파티를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토요일이 생일이었던 그 주 금요일에 한국에서 캐나다 돌아오자마자 며칠간 나를 재워줬던 친구가 집에서 파티를 열거라고 했다. 아직 밖이 추워 하우스 파티가 제격이었고, 마침 나의 또 다른 친구가 그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어 다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우스파티는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리면 안 되고 내 파티가 아니어서 내 다른 친한 친구들을 부를 수 없었지만 마침 그들도 다른 파티가 있다고 해서 나중에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금요일, 파티는 역시나 재밌었다. 내가 아는 친구들이 반, 처음 보는 사람들이 반 정도였는데 이미 친한 친구들이 있는 자리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은 춤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던 나의 다른 친구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러다 얼추 12시가 다가오자 '축하해' 한 마디 정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있는 애들에게 '이제 곧 내 생일이다'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다 12시가 되었는데 갑자기 친구네 집의 현관문이 열리더니 나와 친한 친구 커플이 생일 케이크를 들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다른 파티가 있어서 만나지 못한다고 했던 그 친구들이 케이크에 초까지 꽂아서 집에 들어오고 있었고 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이벤트에 너무 놀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어 버렸다.
알고 보니 하우스 파티를 주최했던 친구와 케이크를 들고 온 친구가 서로 연락하여 준비한 것이었는데 그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 친구들이 이런 파티 열어줬다고 온 동네에 소문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굳이 크게 파티를 열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더라도 정말 친한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를 몹시도 그리워하고 계실 부모님에게 연락해 친구들이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주어 너무나도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있다고 알려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