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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쓰 Apr 07. 2019

3-4 주 2일 알바로 생활비 퉁치기

3장. 좌충우돌 컬리지 적응기

유학 비용과 관련하여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왔다. (제목이 2천만 원으로 유학 가기가 아니던가) 우선 처음 300만 원을 가지고 왔고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면서 만불이 조금 넘게, 즉 원화로 천만 원 정도를 벌었고 컬리지를 가기로 결정했다. 컬리지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와서 필요한 은행 업무를 봤는데, 다행히도 타이밍 좋게 만기 된 예금이 있었고 2년 학비를 전부 부모님 통장으로 송금했다. 


내가 전공으로 선택한 학과인 비즈니스 계열은 다른 학과들에 비해 비교적으로 학비가 낮은 편이었는데 전부 장비나 재료가 필요 없는 수업들만 있기 때문이다. 한 학기에 국제 학생이 내야 하는 학비는 7000불 정도였고 2년인 4학기 총학비는 28,000불 정도였다. 감사하게도 캐나다 달러의 환율이 낮아서 한국 원화로 계산하자 정확히 2천5백만 원이 되었다. 내가 5년 동안 한국에서 모은 돈인 3천만 원 중 2천 오백만 원을 아빠 통장에 보내 놓고 나머지 5백만 원은 예금으로 묶어 놓고 캐나다로 돌아왔다. 이후 4번의 학비는 모두 아빠의 한국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캐나다 은행 계좌에는 워홀에서 번 돈 만불 이상이 그대로 들어 있었고, 다행히 첫 학기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컬리지나 유니버시티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생비자를 가지고도 일주일에 20시간의 아르바이트 (Part-time Job)를 할 수 있었는데 첫 학기가 끝나가던 4월 말에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일본 라멘 가게에 면접을 봤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보통의 식당들은 주로 점심과 저녁 아르바이트생이 나뉘는데 반해 이곳은 한 명의 서버가 하루 종일 일 하는 방식이었다. 수강 신청을 잘하면 평일에 최소 하루에서 최대 3일까지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게끔 시간표를 짤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을 일하고, 과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이틀을 일하고 당일 바로 받는 팁을 생활비로 쓰고 사장님께 2주에 한 번씩 받는 주급은 월말에 방값으로 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내 캐나다 은행 계좌에는 여전히 만불이 남아 있었으므로 결국 나는 워홀 때 번 돈을 별로 쓰지 않은 셈이었다. 이런 와중에 학기가 끝날 때마다 일주일에서 이주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으니 (나는 아주 저렴하게 여행한다) 내 친구들은 내가 돈이 많은 부모님을 둔 부유한 유학생으로 오해하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그게 아니다'며 해명을 했지만 생각해 보니 굳이 내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언제부터인가는 그냥 웃어넘겼다. 학교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일을 하러 가는 유학생들과 달리 나는 학교가 끝나도 일을 하러 가지 않으므로 (공강인 날과 주말에만 일했으므로) 그들의 눈에 나는 일도 별로 하지 않는 유학생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임을 알게 되면서 내 외국인 친구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가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옅은 미소를 띠며 '그게 사실이라면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니 더 마음이 편할지 아니면 부모님 돈이라는 생각에 더 마음이 불편할지' 생각해 봤는데, 그 마음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알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이천만 원만 모아서 캐나다를 오면 워홀 생활을 하면서 1년 동안 천만 원을 모은 후에 컬리지를 진학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만약 9월에 학기를 시작한다면 2학기를 마치고 5월부터 8월까지 있는 여름방학에 주 40시간씩 일을 할 수가 있으므로 꼭 학교 시작 전에 3천만 원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에서 4달 동안 열심히 일한다면 한 학기의 학비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다. 


추신 : 어릴 적부터 경제 개념이 또래보다 뛰어나고, 워낙 독립적으로 자란 터라 자의에 의해 부모님의 지원을 거절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1학기를 마친 후 일주일 동안 있었던 마이애미 숙소에서


2학기를 마친 후 2주 일정으로 서유럽을 여행했다. 워홀 때 만난 유럽인 친구들 덕에 숙박비를 아낄 수 있었다.


3학기를 마치고 추위를 피해 멕시코 칸쿤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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