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캐나다 유학, 그것이 궁금하다.
아주 어릴 적 친구 따라 강남에 있는 한 유학원을 간 적이 있다. 단기 어학연수라고 해도 결정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호주 중에 어느 국가로 갈 것인지 정하고 나자 이번에는 어느 도시로 갈 것인지 정해야 했다. 한 번도 가보지도 않은 곳을 설명만 듣고 결정해야 했는데 마치 어학연수의 성패가 달린 것만 같아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 걸린 일이니 만큼 결정은 더욱 신중해졌다.
어렵사리 도시를 정하고 나니까 더 큰 관문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어학원을 정하는 일이었다. 도대체 왜 어학원은 그렇게 많고 이름은 죄다 똑같아 보이는지... 너무나 많은 선택지 앞에서 결국 어떠한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유학원을 나와 밥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어학원을 다닌 적이 없지만 졸업 후 유학원에서 일을 하며 어학원마다의 특징과 장단점을 알게 되었고, 그때 강남의 한 유학원에서 우리가 느낀 당혹감을 다른 학생들은 느끼지 않게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어학원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사항들을 '어학원 고르는 법'이라는 왠지 좀 그럴싸 해 보이는 제목으로 포장해 적어본다.
통번역이나 테솔(TESOL) 수업을 들으려는 경우에는 제공하는 학원이 많지 않으므로 선택의 폭이 단숨에 줄어든다. 주로 2-3개 학원이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인데, 그중에서는 학원의 위치와 학비를 고려하여 결정하면 된다.
컬리지 진학을 위한 Pathway 프로그램을 수강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진학하고 싶은 College를 먼저 정하는 것이 낫다. 각 어학원마다 연계된 College 가 다르기 때문. 만약 본인의 어학원과 가고 싶은 학교가 연계되어 있지 않다면 기껏 pathway를 마치고 아이엘츠나 토플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확인해야 한다. 학원에 따라 일정 레벨이 될 경우 College로 넘어갈 수 있는 레벨(level) 시스템도 있고, 일정 레벨이 되면 2-3개월의 Pathway 과정을 수료해야 college에 갈 수 있는 program 시스템도 있는데 본인에게 더 맞는 쪽으로 결정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 자체가 없는 학원들도 있다.
영어 실력을 전반적으로 향상하고 싶은 경우라면 여전히 선택이 어렵다. 수많은 학원 중에서 선택의 폭을 조금도 줄일 수가 없기 때문인데 이 경우에는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해봐야 한다.
주로 어학원은 몰려 있다. 토론토의 경우 중간 지역, 즉 Mid Town인 에글링턴과 데비스빌에 많은 어학원이 몰려있고, 규모가 가장 큰 어학원 중 한 곳이 Yonge and Bloor, 지하철 두 개의 노선이 만나는 다운타운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다. 학원에 따라 한인타운이 있는 Uptown에 있기도 하고 Downtown에 있기도 하니 본인이 머무는 숙소와 가까운 곳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어학원의 경우 학교나 직장처럼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덜 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자주 지치고 마음이 해이해진다. 이때 학원이 멀다면 더 가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수업 시작은 보통 아침 9시인데 집이 학원과 먼 경우에는 그만큼 결석이 잦아진다. 많은 학생들이 초반에는 홈스테이를 많이 하게 되는데 홈스테이 가정은 주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주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의 통학 시간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어디쯤 위치한 학원이 최상의 조건인지 미리 고려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다른 사항들을 고려해 어학원을 먼저 정한 후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가가 오르므로 학비 또한 매년 오르는 추세이다. 학원마다, Program마다 학비가 다 다른데 일반적인 영어 수업의 경우 4주에 $1,100 - $1,500 정도이고 College 진학 프로그램인 Pathway 과정의 학비가 제일 비싸다. 거의 모든 어학원에는 마케터가 있어 학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므로 학원을 등록하고자 하는 시기에 어떤 추가 학비 할인이 있는지 유학원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유학원을 통해 어학원을 등록할 경우에 거의 대부분의 유학원에서 학비를 할인해 주므로 이 점 또한 놓치지 말자!
어학원을 고르는 데 있어 많이 따지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국적비율이다.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을 내고 먼 곳까지 왔는데 같은 한국 학생들만 바글바글 한 학원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 때문인데 학생들의 국적 비율은 어학원의 규모와 반드시 비례하진 않고 시기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유학원을 통해 어학원을 등록할 경우에는 대부분 한국 학생 비율이 높은 학원으로 가게 된다. 본인을 포함해 다른 학생들 모두 그 학원을 추천받았기 때문. 한국에 잘 알려진 어학원과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어학원은 분명 존재한다.
어학원의 규모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영어실력에 맞게 배정된 반의 선생님이나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같은 레벨(level)의 다른 반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가 상황에 따라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문제가 있어 반을 바꿔야 할 때 다른 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level로 가거나 학원 수강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아주 작은 어학원의 경우 이민국에서 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번호, 일명 DLI Number가 없는 학원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학생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작은 어학원의 경우에는 검증되지 않거나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아무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듯이 영어도 마찬가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학원이 추천하는 어학원을 등록할 경우 장점은 어학원으로 직접 등록하는 것에 비해 학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점과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수업 내용의 질이 보장된 학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등이 있다. 단점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한국 국적의 학생들이 많은 학원일 수 있다는 점. 또한 유학원에 따라 본인들이 갖는 커미션(commission) 이 높은 학원을 무조건적으로 추천하고 등록시키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내가 유학원과 어학원에서 일할 때 항상 아쉬웠던 점은 많은 학생들이 본국에서 어학원을 등록하고 온다는 것이었는데, 학생비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학원 등록을 우선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워홀이나 관광비자의 경우 미리 학원을 등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단 현지에 온 후 어학원에서 직접 1시간 정도의 무료 Trial (청강수업)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어학원을 등록하고 현지에 와서 실망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짧은 기간을 등록하고 왔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5개월 이상의 긴 기간을 등록하고 왔다면 남은 기간을 억지로라도 다녀야 하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어학원들은 학비를 환불해주지 않으며, 왜 설명한 것과 다르냐고 유학원에 항의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