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캐나다 유학, 그것이 궁금하다
내가 뭐라고 어학연수나 유학을 '와라, 오지 마라' 하겠냐마는 캐나다에 살면서, 상황상 많은 어학연수생과 유학생들을 보면서 '이럴 거면 여기 왜 왔을까' 싶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사람들을 가끔 보았다. 내 동생이라면 절대 이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본다.
꼭 영어가 유창해야지만 영어권 국가에 와서 사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었지만 이곳에 와서 어학원도 다니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우지 않았던가. 하지만 영어를 단 한마디도, 정말 기본적인 문법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 경우에 돈이 아주 많다면 상관없지만 경제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외국행은 뜯어말리고 싶다. 마음먹으면 한국에서 얼마든지 기초 영어를 탄탄하게 배울 수 있다. 그 편이 돈도 시간도 절약하는 방법! 어느 정도의 실력은 쌓고 현지에 와야 영어가 금방 늘 것이다.
이곳에서 소주는 직접 사면 8불 정도, 가게에서 마시면 18불 정도 하니까 한국에서보다 4배 정도 비싼 편이다. 본인이 만약 소주 없이 못 사는 사람이라면 생활비가 많이 들 터. 가끔 한인타운에 가면 정말 많은 어린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현지인들이나 다른 국적 학생들과 술을 마시고 어울려서 놀다 보면 친구도 사귀고 영어도 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매일 한국 술집에만 가는 사람, 술 마시고 노느라 다음 날 학원이나 학교를 가지 않는 사람, 친목도모가 아닌 오직 이성을 찾기 위한 술자리를 자주 갖으며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자유로움'을 즐기려는 목적만 있는 사람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놀기엔 한국만큼 좋은 나라가 없다. 음식도 술도 맛있고 저렴하며, 술집도 클럽도 늦게까지 열고, 심지어 해장을 위한 24시 음식점이나 편의점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캐나다는 한국이 아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곳에서만 술을 팔 수 있으며 술집과 클럽은 보통 2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실제로 '도저히 심심해서 못 살겠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많이 보았다. 유흥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캐나다에 오는 것이 시간낭비, 돈 낭비가 될 것은 물론이거니와 결국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이 '심심한' 땅을 떠나게 될 것이다.
캐나다는 다문화, 다인종 국가이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만약 본인이 본인의 사고방식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던가 지나치게 한국식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계속 한국에서 살기를 추천한다. 캐나다는 동성 결혼이 합법이며 우리나라와 비교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인정받는다. 동성애를 인정하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격 또한 없음을 꼭 말해주고 싶다.
특정 종교나 특정 인종의 사람들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조금이라도 이러한 인종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어디 가서 입 밖으로 말하지 말자. 본인만 이상한 사람, 덜 교육받은 사람이 될 것이다.
본인이 굉장히 의존적인 성향이거나 모르는 사람과는 말 한마디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캐나다는 당신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물론 유학원을 통해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오는 경우에는 정착을 위해 유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유학원 언니나 오빠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친구를 소개해주지는 않는다. 길을 잘 못 찾는다면 어플을 이용하면 되고,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면 번역기가 있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아무도 본인에게 다가와 먼저 말 걸어주지 않을 것이다. 친구를 사귀지 않으면 타지에서의 삶은 지극히도 외로워질 것이다. 특히 워킹 홀리데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더욱 캐나다행을 말리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할 것인가. 물론 의존적이거나 내성적인 본인의 성격을 바꾸겠다 독하게 마음먹고 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나 역시 나 자신을 바꾸고 싶어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에서 '그 전의 나는 죽었다'라고 굳게 다짐했었으니까…
물론 캐나다에서의 삶에 기대를 갖고, 환상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환상이 크면 클수록 실망이 크다는 데 있다.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데 실망이 클수록 적응하고 사는 게 힘들어진다. 나 역시 내가 생각했던 캐나다와 막상 와서 살고 느낀 캐나다는 전혀 달랐다. 일하면서 만난 한국인 오빠는 캐나다에서의 삶이 한국에서 처럼 바쁘고 정신없을 줄 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어학연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간이 긴 유학이나 이민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철저하게 혼자서 버텨야 한다. 가끔은 한없이 외롭고 감정이 바닥 밑까지 내려가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상상도 못 했던 경험이나 감정을 겪게 된다.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어느 나라던지 간에 힘들고 외롭고, 향수병이 안 생길 수 없는 것이겠지만 캐나다는 한국과 거리도 멀다. 물론 한국으로 가는 직행 비행기가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말이다.
대중교통은 턱 없이 오래됐고 느리며 모든 서비스가 한국처럼 빠르고 정확하지 않다. 심지어 은행에서도 실수를 해 잘못된 액수가 입금되기도 하며 정부기관과 관련된 업무는 더 느리다.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항의하는 것도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겨울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고 햇빛이 없어 비타민D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렌트(월세)는 터무니없이 비싼데 비해 집들은 지어진지 족히 100년은 된 게 천지다. 이것저것 생활비와 높은 물가 때문에 생각만큼 돈을 모을 수 있지도 않다. 결정적으로 드라마에서 봤던 캐나다의 이미지는 오직 퀘벡시티(Quebec City)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동네가 단풍이 더 많다.
어학연수의 경우 캐나다에서 몇 달 지내면 영어를 엄청 잘하게 될 것 같은 환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에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몇 달 산다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지, 모든 사람들이 영어권 국가에서 몇 달 살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