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캐나다 유학, 그것이 궁금하다
지금에 와서야 하는 얘기지만 사실 캐나다에 오기 전에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일을 구해야 하는 것도 아닌 '과연 순대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였다.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지만 그때 당시에 나는 가끔씩 순대가 먹고 싶어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철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헌혈을 할 수가 없었는데 내 몸에 철분이 심각하게 부족할 때마다 순대가 생각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다.
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캐나다에서 순대를 먹을 수 있을까? 정답은 예스! 한인마트에 가면 냉장 포장된 순대를 살 수 있고 한식당에 가면 순대, 순대 볶음, 순댓국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캐나다에서 어디를 가야 한인마트와 한식당에 갈 수 있을까? 요즘 들어 한인타운(Koreatown)이 아닌 다운타운 지역 곳곳에도 한인 슈퍼와 한식당, 퓨전 한식당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런 곳들은 접근이 용이한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물건이 다양하지 않거나 혹은 맛이 기대 이하 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조금 외곽으로 나가더라도 한인타운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나처럼 순대가 목표인 경우에는 더더욱 한인타운으로 가야 한다.
토론토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개의 한인타운이 있다. 하나는 다운타운 지역이자 지하철 Green 라인에 있는 크리스티(Christie), 다른 하나는 업타운 지역이자 Yellow 라인의 끝에 있는 핀치(Finch). 크리스티 한인타운의 경우 크리스티 역부터 배더스트(Bathurst) 역 부근까지 위치해 있고, 꽤 오래전에 생겼기 때문에 오래된 분식집 느낌이 물씬 난다. 보통은 한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파는데 최근 들어 특정 메뉴에 특화된 떡볶이집, 불닭집, 고깃집이 생겼다. 반면에 핀치 지역의 한인타운 같은 경우에는 쉐퍼드(Sheppard) 역부터 지하철 종착역인 핀치를 지나 놀스욕(North York) 지역까지 아주 크게 이루어져 있으며 한인마트나 식당뿐만 아니라 안경점, 당구장, 노래방, 약국, 카페 등 다양한 한국식 가게들을 볼 수 있다. 또한 굉장히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어 마치 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Finch 역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는 가끔씩 K-pop을 틀 정도다. 하지만 차가 없다면 이동하기 불편하니 참고할 것.
밴쿠버의 경우에는 코퀴틀람이라고 하는 지역에 한인타운이 위치해 있으며 로히드(Lougheed) 역으로 가면 된다. 한남 슈퍼마켓과 한아름 마트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으며 분위기가 토론토의 핀치 한인타운과 비슷하다.
이곳에서 가장 한국이 그리울 때는 죄송스럽게도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가 아니고 싸고 맛있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이다. 이곳에서 한식은 한국처럼 맛있지도, 다양하지도, 저렴하지도 않다. 물론 한국 외식비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곳이랑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캐나다에서 순대를 먹을 수 있나요? 네. 한국처럼 맛있나요? 시장에서 파는 순대 같은 순대도 있나요? 1인분에 4-5천 원인가요? 아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