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완성 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은 명확했다.
내 우울증 경험을 알거나 그들의 성향 혹은 경험도 비슷해서 오픈해도 괜찮겠다 생각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당연히 내 18년 지기 절친한 친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만큼은 알리지 못한 채, 그리고 글을 쓰는 내내 마치 무기력을 완벽하게 극복이라도 한 듯 활동적이었던 나는 다시 무기력에 빠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완성하고 나니 목표가 사라져서?'
'더는 칭찬받을 곳이 없으니 인정 욕구가 또 비워져서?'
아니, 에세이에는 바로 그 18년 지기 절친한 친구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기력의 원인을 알았음에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간의 성장 덕에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이제는 '거부하고 괴로워만 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할 줄 알게 되었고 코칭 대표님께 추천받았던 웹툰 '스피릿 핑거스'를 보기로 했다.
주인공은 악의 없는 어머니와 친구의 언행으로 자존감이 계속 낮아지는 경험을 하곤 했는데, 우연히 들어간 모임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마음이 한차례 성장, 엄마와 친구에게 상처를 드러내 치유하며 더욱 성장하는 이야기.
- 웹툰 '스피릿 핑거스' 줄거리 요약-
그냥 시간이나 보내자는 생각으로 본 웹툰의 주인공 얼굴은 어느새 나로 오버랩되어 있었고, 그렇게 약 160화의 방대한 양을 이틀간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바로 그 상처를, 무기력의 원인을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18년 지기 절친한 친구는 사실 에세이 속 '자존감을 밟고 배신한 친구'와 같은 인물이었다.
사실 에세이에 쓴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이미 친구와 충분히 대화했고 화해 후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쓰기 전, 늦어도 쓰고 난 후에라도 말할 수 있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여전히 자존감이 낮았기 때문에 '제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부 상처는 계속 남겨둔 채 시간은 흘렀고 이번에야 마주하며 또다시 아팠지만 그 사실을 친구에게 말하는 순간 다 '다 화해한 척하고 계속 나쁜 사람을 만들었냐'며 상처받고 또 내게 상처를 줄까 봐 너무 두려워 브런치 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기력이 찾아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