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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Oct 15. 2022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 걸까?

아니, 사람이긴 한 걸까?

 나이는 먹어 가는데 하는 일은 수입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다시 예전의 일터로 가면 다시 마음의 병이 생길 것 같고.

결국 '내가 살아야 가족도 건사한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계속되는 수입 없이 지출만 있는 삶은 또 다른 이유로 마음의 병을 부를까 종종 두렵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희망을 가지고 있고 일 자체에서 설레는 마음도 크기에 멈추지 않을 수 있는데, 오늘 같은 일을 겪을 땐 참...

모든 걸 포기하고 싶기만 하다.




30줄이 되어서도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정확히는 뭔가 죽어라 계속하는데 빚만 늘어가는 이상하고 답답한,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자식들 때문에, 몸이 부서지고 온갖 수모를 당해도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효도를 받기는커녕 계속 일해야 하는 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면, 혹은 그런 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기면, 백수로 놀다가도 급히 취직하고 하다못해 알바라도 뛰는 게 자식의 도리일 터.


나 그런 상황에 놓이면 오히려 힘이 쭉 빠지고 그저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자책만 하게 되는 나는 아무래도 자식의 도리를 못하는, 사람 됨됨이조차 부족한 무언가가 아닌가 싶다.


당장이라도 일자리를 찾아가야 하지만 또다시 아픔을 겪게 될 상황이 너무나 싫고, 그렇게 아프게 되어 또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더 악순환이니 조금만 더 눈을 딱 감고 지금의 일이 수입으로도 이어지게 하자며 하는 다짐은 결국 '합리화'라는 단어가 되어 내 머리를 내려친다.


정만큼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수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면 힘이 쭉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튕겨올라와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만 놓이면 더 무력감에 시달려버리는 나를 대체 어쩌면 좋을까?


자식이 아닌, 사람의 도리도 하지 못하는 나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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