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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Oct 22. 2022

어쩌다 저런 괴물이 탄생했을까?

용서냐 복수냐

"와! 이제 작가님이시라니!! 축하해요! 그리고 저도 그 책 필요해요! 볼래요!"

전자책을 크라우드 펀딩하게 된 소식을 들은 전 직장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그는 누구보다 강한 멘탈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의 사람이었기에 내겐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우울증극복과 관련된 마음 성장 비법'이 궁금하다는 그의 발언이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응원하기 위한 좋은 멘트라고만 생각해 고마울 뿐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말은 진심임을 나타냈다.

너무 공감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다며, 와이프에게도 보여주었다는 말에 너무도 고마우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소용돌이쳤다.




그 연락을 계기로 그 회사에 여전히 다니고 있는 동료 5명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퇴사 후 3년 만에 만나 너무도 반가웠던 것도 잠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가히 놀라웠다.

3년 전 내게 우울증을 안겨주고 퇴사할 수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 가스라이팅하는 상사의 이야기들이었다.

동료가 내 책이 필요하다고 했던 말이, 그리고 복잡했던 내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전혀 앞뒤 논리가 맞지 않음에도 '괴롭히기'를 목적을 한 언행들, 어떤 대답을 해도 욕하기 위해 들고 온 선택지들, (전혀 논란되지 않을, 그러나 잘못한 건 팩트인) 아주 작디작은 실수도 굳이 사람들 가득한 곳에서 온갖 모욕을 주는 언사.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말 바꾸기 천재 혹은 우기기 대장이 되어버리는 사람. 일만 해도 부족한 시간에 불러내서 3시간 동안 괴롭히고 6시가 되면 왜 일을 아직도 못 끝냈느냐는 사람. 괴롭힘으로 팀 분위기가 최악이 되면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렇게 하루 종일 말로 괴롭히고는 퇴근할 때 톡으로는 응원하고 있다는 소름 끼치는 메시지를 보내는 인간.


이는 당연히도 3년 전의 내가 당했던 패턴과 아주 동일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대부분 나 혼자 당했기에, 마음을 털어놓던 한 명의 동료 외에는 잘 모르는 혼자만의 고통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직원이 당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처음 언급했던 멘탈 강했던 동료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내게 고충을 이야기했던 것이었다.




기억이 미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상사는 복수의 대상이기 보다는 오히려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고, 개선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대상이 되어 용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 하나로 부족해 이렇게 많은 이들을 괴롭히우울감을 제공하고 퇴사까지 이어지게 하다니!

분노가 다시 올라왔다.

솔직히는 '직장인 괴롭힘 방지법'으로 고소하고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다.

예전에는 정신과 상담기록과 친구에게 보낸 톡 메시지뿐이었지만 이제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생각하기까지 했다.




정말 어쩌다 저런 괴물이 탄생했을까?

그리고 나는 그 괴물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다.' 그 말을 되새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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