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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Oct 26. 2022

회복탄력성이 도를 지나칠 수도 있을까?

내 안의 염소와 헤어진 이후 이야기

지난 5월.

발표 공포증으로 약물을 처방받고 극복과정을 글로 썼던 적이 있었다.


그 극복법이 잘 통한 덕에 오늘 창업 과정 두 개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긴장은 느껴졌지만 결코 두려움은 없었다.


물론 준비도 나름대로 잘 되도 했지만 자신감이 충만해서라기 보다는 발표 실패가 곧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실패에서 또 성장할 내가 기대되었기 때문인 이유가 컸다.


더 나아가 좌절로 우울감이 오더라도 점점 저 얕고 짧게 느낀 채 튕겨 올라오는 회복탄력성이 계속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5시간 전.

첫 번째 발표가 끝났고, 차별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그 덕에 다음 발표에는 이 부분을 강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괜찮았다.

그리고 40분 전.

두 번째 발표가 끝났고, '그래서 대처 어떤 걸 하고 싶은 거예요?'라는 질문에 망했음을 직감했다.


나는 논리와 설득이 강점이던 과거와 달리, 우울증 이후에는 한참을 서로 대화할 때는 하고픈 말을 잘 전달하지만 PT 같은 짧은 시간에 의사전달을 하는 것은 (그래도 나날이 발전 중이지만) 너무도 약해진 탓에 이번에도 그런 오류를 범한 것이었다.


'다른 데서는 해결방안을 다시 한번 집중하게 하는 페이지를 보여야겠다'라는 발전을 향한 긍정적인 생각도 했으나 역시나 좌절도 따라왔다.


그런데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회복이 벌써 되어서 '별 수 있나. 뭐. 다음 기회 찾자.'만 생각나고 그 질문을 받을 때가 생각 나 웃기기까지 한다는 것.


'너무 튕겨올라온 건 아닐까?'

'조증인 건 아닐까?'

'우울증 관리가 안되면 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는 데 혹시?'

곧바로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또 없어서 이 기분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신기한 이 경험을 어디라도 이야기해 보고파서 글을 써본다.

누군가는 공감 혹은 대책을 내놓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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