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을 지배한 악의
같은 말, 같은 상처, 그러나 다른 마음
"아마 모를 거야. 본인이 그러는지."
내 대답을 내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스라이팅으로 날 괴롭힌 상사와 상처가 되는 말을 해온 친구는
둘 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인데
왜 한 사람은 사과 여부와 관계없이 다시는 잘 지내고 싶지 않고
왜 한 사람은 진정한 사과를 받는다면 다시 잘 지내고 싶을까?
물론 상사와 친구라는 차이도 있고
이전에 쌓아 온 소중함의 여부가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뭔가가 자꾸만 있는 것 같은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근 심리 공부 중 의식과 무의식에 대해 접하며 나름의 답을 찾은 듯하다.
이전에 가스라이팅 한 상사를 아는 사람과 나눈 대화였다.
"그 사람은 도대체 왜 그렇게 괴롭히는 걸까?"
"아마 모를 거야. 본인이 그러는지."
그런데 이렇게 답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쁜 짓인 건 분명 알 텐데.'
상처 주는 말을 한 친구에 대한 이전의 내 생각이었다.
'참 나와 잘 맞고 잘해주는 친구인데 왜 자꾸 그런 말로 날 괴롭힐까?'
'아마 모를 거야. 본인이 그러는지.'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쁜 의미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겠지?
내가 한 말이고 내 생각인데 스스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생각이 틀리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무의식을 지배하는 악의의 차이였다.
가스라이팅 한 상사는 무의식에 악의가 가득한 채 본인도 모르게 하는 행동들이었고
상처 주는 말을 한 친구는 무의식에 악의가 없지만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하고 말을 뱉어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최근 상처 주는 말을 한 친구와는,
내 오해일 수도 있으나 너의 말이 큰 상처가 되어왔다며 대화한 끝에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 원만한 관계가 되었다.
가스라이팅 한 상사는 최근 내 메신저 프로필을 보고
그 당시 함께 일한 동료에게 '얘 요즘 힘들어해?' 라며 걱정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작은 복수로 그 상사에게만 해 둔 [괴롭힘에 대한 글]인 개별 프로필인데
누구 때문인지를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고 싶은 건지 정말로 궁금했다.
내가 우울증에서 회복한 후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 진정으로 사과하면 받을 마음은 있지만
역시나 잘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깨닫지 못했다면 둘 다 미워하거나 둘 모두에게 미안해했을지 모르는
어쩌면 끔찍했을 그 상황을 벗어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되지 않고 또 잘 생각하고 말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