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산소호흡기와 같다.

나'만'이 아니라 나'부터'라는 것을 기억하자.

by 그레이숲풀
"위급 상황 시 산소호흡기는 어른이 먼저 착용하신 후 아이의 착용을 도와주세요."
- 비행기 이륙 전 기내 방송 中 -




내 행복보다는 늘 가족, 친지, 친구, 좋은 동료, 소중한 사람들의 기분이 먼저였던 내게 '나, 내가 먼저입니다'가 이해될 리 없었다.


'그들이 불쾌하지 않아야 내가 행복한데, 나만 행복하고 그들이 힘들어하면 결국 그 행복도 금세 사라지는데 도대체 무슨 말이지?' 싶었다.


우울증이라는 위급 상황에 노출되고 나니 이제야 된다.




과거 여행기를 기록하다 문득 떠오른 기내 방송이 어두워질 뻔 한 내 머리에 불을 켰다.


산소가 충분한 상황에서라면 아이에게 산소호흡기를 먼저 씌운 후 어른이 쓴다고 해서 뭐가 문제겠는가?

그러나 말 그대로 위급상황이다.

아이에게 먼저 씌우다 어른이 정신을 잃게 되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 아이도 나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나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모두 행복이 충만하다면야, 가족을 먼저 위하든, 친구를 먼저 위하든, 나를 먼저 위하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러나 내게 행복이 충분하지 않은 채 타인의 행복만 먼저 채우다 방전되어 버리면, 결국 그들의 행복도 나의 행복도 모두 채울 수 없다.



어렵다.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기억하자.

나'만'이 아니라 나'부터'라는 것을. 그러므로 그것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함께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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