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내가 정상이다.

인정하기

by 그레이숲풀

최근 우울증 혹은 우울함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만 있는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 라고.

'겨우 괜찮아진 것 같은데 또 우울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


"그게 정상이야. '불안해하지 말자'하지 말고 '불안한 내가 정상이야'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감기에 걸려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럼 그 증상들로 인해 일상 혹은 회사 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고 당연히 그 사실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증상이 나타나는 것 자체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기에 걸렸으니 콧물이 나고 감기에 걸렸으니 기침을 하는 거지.'

'우울증이니까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남아있으니까 또 우울해지지.'




꼭 우울증에서 '불안을 인정하기'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우리 집은 반려견이 있는데 올해 초 심하게 아팠고 이 병은 재발이 잦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도 너무나 불안했다.

질환 자체도 위험하지만 겨우 완치해도 또 재발을 한다는 것.

그것은 이 어린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힘들어야 하는 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참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이미 이 질환을 겪게 되었다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리 없다고 외면하면, 증상이 나타났을 때 '망했어. 또야.'가 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 채 지내면 '또 구나. 정말 너무나 속상하지만 그래도 빨리 알아봐서 다행이야. 어서 조치를 취하자'가 될 수 있다.




사실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불안해하지 말자'가 아니라 '불안한 내가 정상이다.'라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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