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파괴하는 과한 걱정들

면역매개성 걱정성 불안

by 그레이숲풀

축 늘어져 있기만 했던 막내(강아지)의 꼬리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밥을 보고 여전히 고개를 돌렸지만, '산책'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원인도 모른 채 떠나보내야 하는 줄 알았던, 그래서 죽기보다 힘든 4일을 겨우 지나오니 막내가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병명은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 몸의 면역체계가 적혈구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감염체로 잘못 인식해 적혈구를 공격하고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


면역력은 몸의 건강을 위해 분명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우리 막내는 면역체계가 너무 활발해서 스스로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내 걱정도 마찬가지였다.

걱정이라는 것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해, 즉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명 필요한 요소라고 한다. 그러나 내 걱정은 늘 했고 그것은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나는 면역매개성 걱정성 불안을 앓고 있었던 걸까?


면역매개성 걱정성 불안
: 마음의 면역체계가 안심(安心)을 문제나 나쁜 사건 같은 외부 이슈로 잘못 인식해 안심(安心)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
- 출처 : 그레이숲풀 머릿속 -




'나아서 다행이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백수라 매일 면회를 갈 수 있고 밥을, 약을 먹이고 안심시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죽도록 걱정만 하던 과거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실로 놀라웠다.


나의 사랑스러운 막내 동생, 반려견이 잘 이겨내 준 만큼 나도 이겨내야 할 때였다.

자존감과 꿈이 사치가 아닌, 오히려 내가 살아야 하는, 살아가는 중요한 요소임을 증명해야 할 때였다.

너무도 두근대는 심장과 호흡곤란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건강하게 우리 가족을 살피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다시 자피치에 참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