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더라면?

비전찾기 첫 번째 여정

by 그레이숲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참여한 4주 차 클래스.

내가 속한 입문반 기수는 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주를 이루는 만큼 비전 이야기가 열심히 오가고 있었다.


'9년 차 경력 일도 무서워 벌벌 떠는 내가 무슨.'

'30대 중반에, 무기력하기 그지없는, 자피치도 겨우겨우 오고 있는, 이 천하의 겁쟁이가 잘도 비전을 찾겠다. 에휴.'

'아니, 찾는다 해도 아마 내 걸로 만들 시도도 못할 거야.'


당연히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자피치 6주 차.

5주간 계속 '잘한다. 잘한다' 소리를 들어서 일까?

다시 비전 이야기가 나왔을 때, 생각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아니. 뭐 되든 말든 찾아보는 건 해봐도 되지 않나? 아님 마는 거지.'

연락처를 받았다.


도대체 연락처는 왜 받은 건지.

눈은 메시지 전송 버튼을 계속 보고 있는데 손가락은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될까? 그냥 하지 말까?'

'아니야. 일단 해보자니까? 일단!'

찾지 못하고 실망할까 봐, 혹은 찾더라도 이뤄내지 못해 또 실망할까 봐, 아프지 않으려 또 회피하고 있었다.


얼떨결에'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버튼을 눌러버렸다.

메시지는 이미 전달 되었고 돌이킬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돌이킬 수는 있었다.

죄송한데 성급했다고,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드린다해도 되지만 가슴 한편에선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약속된 날이 되었고, 반신반의하며 첫 통화는 시작.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인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은 겁이 나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당연히 이직도 꿈을 못 꾸겠고 다른 일을 할 자신도 없어요. 너무 무기력해서 이런 제가 뭘 할 수가 있긴 한지 도대체가 의문이에요."

비전을 찾겠다면서 한 그날 통화내용의 대부분은 내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마음은 점차 따뜻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괴로움을 토로하는 시간이 내겐 필요던 게 아닐까?

그러나 이내 점점 묘하게 이상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제가 비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우울증 이야기만 했네요."

너무도 바쁜 분의 시간을 다른 이야기로 뺐는 건 아닌지, 눈치도 없이 눈치 보는 성향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었다.

"괜찮아요. 그런 이야기들이 OO(내 본명)씨를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비전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들려주시는 게 더욱 좋아요."

소심이의 마음에는 꽃이 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전을 찾을 기대보단 그저 내 이야기를 털어놓은 자체가 후련할 뿐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다음 통화를 기약했다.